애플의 ‘차이나 쇼크’는 시작…명품 브랜드업체는 타격 더 클 듯

입력 2019-01-05 05:00

“애플의 ‘차이나 쇼크’는 시작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해 미국의 대다수 언론은 3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따른 중국인의 소비 위축으로 중국에 의존하던 글로벌 기업들을 위기에 몰아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특히 중국 소비자들의 스마트폰 구매 감소에 이어 핸드백, 보석, 고급 시계 등 명품 브랜드의 소비도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애플이 지난 2일 지난해 4분기(10∼12월) 수익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전 세계 주가가 급락했는데, 명품 브랜드들에서 낙폭이 컸다. 이날 루이뷔통 브랜드를 보유한 LVMH 주가는 3%, 버버리 5.8%, 구찌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 4%, 스위스의 시계 브랜드 스와치그룹은 3% 급락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명품 소비가 크게 줄지 않았다. 하지만 하반기엔 소비가 급격히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구미 명품 브랜드들의 실적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중국인들이 소비를 자제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소매판매 통계에 따르면 통신기기, 문화·사무용품 소비가 각각 전달보다 5.9%, 0.4% 감소했다.

실제로 스위스 시계산업연맹과 귀금속 기업 티파니가 지난해 11월 중국 내 시계 판매가 줄어들었으며, 올해 1분기 시계와 귀금속 주문 기대치를 크게 낮췄다고 밝히는 등 명품 브랜드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NYT는 “중국 내 명품 수요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얼마나 줄어드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몇년 간 유럽의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중국의 소비에 크게 의존해 왔다. 중국인이 연간 70억 달러(약 7조8900억원)를 구매, 전 세계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5년엔 전 세계 명품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중국 세관 당국의 명품 단속이 강화된 것도 있지만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지갑을 닫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애플이나 명품 브랜드만이 아니라 GM, 폭스바겐, 재규어, 랜드로버, 포드 등 중국에 진출한 해외 자동차 업체들 역시 지난해부터 매출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11월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55만대로 작년 동기보다 13.9% 급감했다. 이는 2012년 1월 이후 근 7년 만에 가장 가파른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지만 그 효과를 보기도 전에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