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모(26)씨는 2주째 아르바이트 구하기에 매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백수’다. 지난달 중순 종강한 뒤로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넣었는데도 번번이 떨어졌다. 연락해본 가게만 20곳 가까이 되지만 답장조차 오지 않은 곳도 많았다. 한 번은 편의점 면접을 보러 갔다가 “이미 10명 넘게 면접을 봤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김씨는 4일 “취직도 아니고 방학 동안 단기 알바를 구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이러다가 한 푼도 벌지 못하고 방학이 끝날까 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알바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학가가 본격적 방학 시즌에 접어든 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1인당 일주일 근무시간을 13~14시간으로 맞추는 ‘쪼개기’ 알바까지 등장하면서 ‘질 좋은 알바’를 둘러싼 경쟁률은 치솟고 있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카페나 편의점 알바 자리는 더욱더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강남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37)씨는 “공고를 한 번 올리면 전화가 20통은 온다”며 “아무래도 방학이다 보니 대학생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고, 최저임금이 오른 후에는 전업주부들의 문의도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대학 근처에 있는 가게에 취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편의점을 하는 성모(52)씨는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후 “구직난을 실감했다”고 했다.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00건을 기록하고, 대학생뿐 아니라 40~50대에게도 전화가 많이 왔다고 한다. 성씨는 “그저께 공고를 올렸는데 벌써 전화가 30통 가까이 왔다”며 “주말 오후 시간대인데도 이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최저임금 인상 후로 이런저런 꼼수를 부리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보니 조건이 조금만 괜찮아도 구직자들이 몰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알바가 성행하면서 질 좋은 알바를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구인구직 사이트에서는 ‘월·화 저녁’ ‘평일 2일 오후’ 등 일주일 근무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공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는 최근 일주일에 9시간만 일하는 구인 공고를 냈다. 이곳 채용담당자는 “원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일할 수 있도록 파트타임 공고를 낸다”면서도 “방학이라 근무시간을 늘려도 되지만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 같은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무인화 기기 도입 등으로 일자리가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PC방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원래 비정기적으로 알바 1명을 채용했었는데 올해부터 완전히 무인화할 생각”이라며 “CCTV를 달고 자판기 등을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