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연구 세계적 석학 홍완기 박사 별세

입력 2019-01-04 14:01 수정 2019-01-04 14:11

암 질환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홍완기(사진) 박사가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연세의료원이 4일 밝혔다. 향년 76세.

1942년 경기도 청평에서 태어난 홍 박사는 67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한민국 공군 의무장교로 월남전에 참전했다. 70년 미국으로 건너 간 뒤 뉴욕의 브롱스/레바논병원(Bronx/Lebanon Hospital)과 보스톤의 보훈병원(Veterans Affairs Medical Center) 에서 각각 인턴와 레지던트 과정을 밟았다. 또 뉴욕의 메모리얼슬론캐터링암센터에서 종양학 분야 전임의 과정을 이수했다.

198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간 세계 최대 암 치료기관인 미국 텍사스대 MD앤더슨 암센터에서 두경부·폐암 파트를 이끌었다. 연구총괄 부총장직을 수행하며 세계적 기관의 위상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다.

홍 박사는 종양내과 분야에서 암 환자 치유에 새로운 팀 접근방식 개념을 정착시켜 암 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노력에 따라 처음으로 다학제 치료로 암 환자 완치율이 높아졌으며 치유가 된 환자가 정상적인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개념이 정착됐다.

홍 박사의 학문적 업적과 암 치료의 새로운 학문체계 정립 노력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암 연구와 치료학계에서 크게 인정받았다. 총 17개에 달하는 해당분야 최고학술상을 수상했고 여섯 곳에서 석좌교수로 초빙했다.
미국학술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Medicine)회원으로 추대됐고 세계 최대 암연구단체인 미국암연구협회(AACR) 외국인 최초 이사장을 역임했다.

AACR은 홍 박사가 학문발전에 공헌한 업적과 세계 최고 연구 기관을 이끈 지도력을 기려 역사상 처음으로 생존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딴 학술상을 제정했다. ‘홍완기 교수 암연구상’으로 암 연구, 치료 그리고 예방에 기여한 세계 각국의 만 46세 미만 연구자를 대상으로 시상한다.

1994년 호암 의학상과 KBS 해외동포상을 수상한 홍 박사는 대한민국 의학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연세대 특별자문위원직을 맡아 틈이 날 때 마다 한국을 찾았고 암 치료의 최신 정보를 누구보다 빨리 연세암병원에 알림으로써 암질환 치료 수준을 세계 정상급으로 높였다.
장례식은 미국 시각으로 오는 12일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서 거행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