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염산테러 당한 여성, 지금은?

입력 2019-01-06 07:00
더선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화상으로 한쪽 눈을 잃었다. 깊은 흉터도 생겼다. 사고가 아니라 염산 테러로 생긴 화상이었다. 테러 당시 그에게 모유를 먹이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범행을 저지른 건 아버지였다. 그가 딸이라는 게 이유였다.

영국 일간 더선은 1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 사는 안몰 로드리고스(23)의 ‘얼굴 가치(Face Value)’를 그의 성장기와 함께 소개했다.

더선에 따르면 로드리고스의 아버지는 어머니 품에 안겨 모유를 먹고 있는 로드리고스에게 염산을 뿌렸다. 그는 목숨을 건졌지만 어머니는 사망했다.

로드리고스는 몸에 남은 상흔보다 아버지의 범행 이유가 더 끔찍했다. 당시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딸을 출산한 것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염산을 뒤집어쓴 로드리고스의 얼굴 전체는 녹아내렸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오른쪽 눈동자는 다치지 않았다는 거다. 5년간 의사의 치료를 받았지만 상처는 남았고 잃어버린 왼쪽 눈은 되돌릴 수 없었다. 남들처럼 걷고 말하고 쓰고 볼 수 있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를 더 힘들게 만든 건 편견과 차별이었다.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놀림거리가 됐다.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든 채 고아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로드리고스는 “불에 탄 얼굴로 자라는 것은 쉽지 않았다”면서 “병원에서는 몰랐는데 고아원에 와서 내가 아이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관하지 않았다. 열매와 꽃이 아름다워 저절로 길이 생기는 복숭아, 자두 같은 도리성혜(桃李成蹊)의 삶을 살면서 달라졌다. 남들과 다른 자신의 외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다름’을 인정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늘 밝은 모습으로 편견에 당당히 맞서는 그에게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력도 쌓았다. 전문 살사 댄서로 활동했고 온라인 청소년 채널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TEDx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TEDx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이 운영하는 강연회인 TED가 미국 외 다른 지역에서 진행하는 강연이다.

2년 전 대학을 졸업한 뒤엔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일어섰다. 여성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비정부기구(NGO)인 사하스 재단(Acid Survivor Sahas Foundation)을 세워 염산테러 생존자들을 지원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상의 시선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도왔다. 2017년에는 이 단체 활동 중 만난 남성과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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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로드리고스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됐다.

염산테러 피해를 본 여성들에게 우상이 된 것은 물론이고 전 세계 여성들에게 귀감이 됐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며 세상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세계는 환호했다.

새로운 꿈도 키우고 있다. 패션모델이다.

로드리고스는 “나는 내 삶을 그 자체로 사랑한다. 한 번도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본 적이 없다”면서 “나는 나 자신을 매우 행복하게 받아들였고 이것은 내 인생에서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는 희망과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로드리고스의 조금은 특별한 ‘얼굴’이 갖는 가치는 아마도 그의 이름이 대신 얘기해 주는 듯싶다. 안몰(Anmol)은 힌두어로 ‘귀중한’이란 뜻이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