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11일 불러 조사한다. 지난해 6월 사법농단 의혹 수사가 본격 시작된 지 약 7개월만에 전직 사법부 수장을 수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을 오는 1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4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개입 의혹,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임기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면서 당시 박근혜정부와 ‘재판거래’를 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의혹이 집중된 부분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 직접 개입했다는 대목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과 일제 강제징용 소송 지연을 적극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송무팀을 이끈 한모 변호사를 최소 세 차례 만나 직접 강제징용 재판 처리에 대해 의논한 정황을 포착했다. 만남이 이뤄진 장소에는 대법원장 집무실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뿐만 아니라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이나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유용 의혹’ 등에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개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