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밤새 벌을 서다 숨진 네 살배기 여아가 평소에도 모친에게 학대를 당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일 피해 여아인 A양(4)의 시신을 부검한 뒤 “머리에서 폭행의 흔적인 다량의 혈종이 발견됐으며 이것이 사망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이에 친모인 이모(34)씨는 “아이가 자꾸 졸아 프라이팬으로 뒤통수를 가볍게 쳤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일 오전 3시부터 4시간 동안 의정부 신곡동 소재의 자택에서 A양을 화장실에 가두고 벌을 세우는 등 학대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바지에 소변을 봤다며 자고 있던 나를 깨웠다. 화가 나 딸을 화장실에 넣었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딸을 방치하고 잠을 자다가 오전 7시쯤 화장실에서 ‘쿵’하는 소리를 들은 뒤에야 딸을 방으로 데려와 눕혔고 이후 8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 “딸이 의식이 없다”며 119에 신고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A양은 바로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A양이 쓰러지고 한참이 지난 뒤 신고를 한 데 대해 “그전에는 의식이 있어 괜찮은 줄 알았고, 오후 3시에는 의식이 없다고 생각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전에도 자녀들을 방임한 전력이 있다. 2017년 5월 각각 8세, 3세, 2세였던 아이들만 집에 두고 외출했다. 당시 이웃의 신고로 아이들은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했으나, 지난해 5월 이씨가 “아이들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면서 가정으로 돌려보내졌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가정 복귀 결정 이유, 사후 관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다른 아이들로부터 A양 사망 전 학대 정황에 대한 진술을 일부 확보했다”고 말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