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사이드] 청와대 직원들이 단체복 맞추는 이유는

입력 2019-01-04 10:31 수정 2019-01-04 10:51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실이 맞춘 단체복. 최종건 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에 단체복 열풍이 불고 있다. 과도한 업무량에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지쳐있는데, 문재인정부 3년차를 맞아 소속감을 다지고 다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자는 취지다. 일할 체력을 만들기 위한 청와대 내부 운동 동아리도 성황이라고 한다.

4일 청와대에 따르면 윤건영 실장이 이끄는 국정기획상황실과 최종건 비서관이 이끄는 평화군비통제비서관실 직원들이 단체복을 맞췄다. 국정기획상황실 점퍼는 회색 바탕에 흰 글씨로 ‘국정상황’이라고 적힌 디자인을 선택했다. 직원들이 점퍼를 입고 업무를 보면서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도 점퍼를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부서 관계자들도 ‘디자인이 특이하다’ ‘줄임말(국상)로 안해서 다행이다’ 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실은 평범한 점퍼에 영어로 ‘peace & Arms Control’ 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 전체 차원의 단합대회나 체육대회가 없는 대신 부서별 워크숍이나 연찬회가 많다”며 “부서에서 알아서 옷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기획상황실의 경우 경찰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해야 하는 부서라 조직력이 중요하다. 단체복에는 평소 직원 간 유대관계를 중시하는 윤건영 실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세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군사분야 남북 합의가 이뤄지면서 군비통제비서관실도 효율적인 업무 처리 등이 중요해진 상태다.

일할 체력을 쌓기 위한 청와대 내부 운동 동아리도 인기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성과와 체감을 강조했다. 경제수석실과 일자리수석실 등 정책실 직원 대부분이 악화되는 고용지표를 개선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심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첫 일정은 오전 8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점검회의인데, 수석실별 현점 준비 회의는 오전 7시 정도에 열린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행정관들은 오전 5∼6시에 출근하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청와대가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 이전 자체적으로 파악한 행정관들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55시간이었다. 다만 부서별로 업무량이 확연히 달라 노동 강도를 일괄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공무원의 1주간 근무시간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으로 한다’고 정해져 있을 뿐 근로시간 상한선은 따로 없다.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도 아니어서 주 52시간 적용에서 제외돼 있다.

청와대 내부에는 과도한 업무량을 소화하려면 체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따라 다양한 청와대 동아리 가운데 ‘첨벙첨벙’이라는 이름의 수영 동아리가 인기라고 한다.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주도하는 이 동아리는 연무관 내 수영장에서 운동을 진행한다. 젊은 직원 뿐 아니라 선임행정관과 비서관 등도 수영 연습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하락세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참모진 모두가 비상 사태”라며 “체력을 키우고, 소속감을 높여 올 한해 꼭 성과를 내겠다는 게 직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