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부각된 경기둔화 공포…정부, 긴급회의 개최

입력 2019-01-04 09:59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kkssmm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애플 쇼크가 글로벌 증시를 덮쳤다. 새해가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은 공포에 질렸다. 미국 주요 증시가 급락했고,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7개월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글로벌 증시 불안에 긴급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양 국가의 경기 둔화가 올해 들어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의미한 정책 변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정책 변화 등이 있지 않는 이상 시장 반등은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2.83% 떨어진 2만2686.22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2.48%, 나스닥지수는 3.04% 급락했다. 애플의 실적 하향 전망에 따른 충격이 주요 원인이었다.

애플은 전날 증시 마감 이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애초 890억~930억 달러(99조9000억~104조4000억원)에서 840억 달러(94조3000억원)로 낮췄다. 중국 시장에서의 아이폰 판매 부진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애플 및 뉴욕증시의 충격으로 이어진 것이다.

3일 애플 주가는 9.96%나 폭락했다. 2013년 1월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증시가 흔들리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가격은 올랐다.

4일 아시아증시도 충격에 비틀거리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새해 첫 개장일인 4일 전날보다 3%대 급락한 채 출발했다. 오전 중 2만선이 깨졌다. 코스피지수도 혼조세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07% 하락한 1992.40으로 출발한 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는 전날 애플 쇼크의 충격으로 2000선이 깨지는 등 악재가 선 반영된 상황이라 낙폭은 제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날 오전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애플의 폭락 및 미중 무역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요인으로 글로벌 증시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며, 외국인 자금도 유입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애플 쇼크가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회의 참가자들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실적 부진이 예상되는 미국 기업이 애플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CNN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애플뿐만이 아닐 것”이라며 “중국과 무역 합의에 이를 때까지 중국에서 영업하면서 내년 실적이 하향 조정될 미국 기업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경제적 문제는 오히려 중국에 합의에 이르도록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의 실적 하향은 한국의 주요 정보기술(IT)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하나금융투자는 “애플 모바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반도체 대형주는 애플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SK하이닉스의 매출 의존도가 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경기 둔화 우려가 지표를 통해 계속 확인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과 유럽, 중국의 서베이(설문조사) 지표들은 하락 중”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요 둔화를 반영해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부진이 눈에 띄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은 시장에 부정적인 반응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일혁 연구원은 “S&P 500지수가 추가로 5% 정도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증시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서둘러 경기 부양 등 정책을 펼칠 가능성은 증시 낙폭을 제한할 요소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오는 22~25일 다보스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 류허 부총리가 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의 연두교서에서 부양 정책이 언급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