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영원한 안방마님일 것 같았던 강민호(34)가 삼성 라이온즈 이적을 발표했다.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40억원, 연봉 등을 합쳐 총액 80억원의 계약이었다.
이적 사실만큼이나 이상했던 점은 계약 금액이었다. 삼성의 이적 발표에 앞서 롯데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구단은 프랜차이즈 강민호의 상징성을 고려해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으나, 시장의 평가를 원하는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협상을 최종적으로 종료했다”고 되어 있다.
시장의 평가는 삼성의 80억원이었다. 롯데가 제시한 80억원과 금액이 같다. 이면 계약 논란이 일자 강민호는 “하늘에 맹세할 수 있다”며 “80억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축소 발표는 절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강민호가 내세웠던 이적 사유는 새로운 팀에서의 활동이었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명분이 조금 약해 보인다. 삼성 측이 더 많은 금액을 발표했다면 수긍하는 팬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후 일부 언론들은 구체적인 옵션 내용까지 취재해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세금 대납 또는 계약 기간 연장 등 의혹들을 아직도 제기하고 있다. 가장 미스테리한 FA 계약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강민호의 계약이 문제가 된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강민호는 첫 번째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당시 보도내용을 보면 다른 구단에서 10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롯데 제시액도 8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발표된 총액은 75억원이었다. 계약 기간 4년, 계약금 35억원, 연봉 10억원 외에 옵션은 없다는 게 롯데의 발표 내용이었다.
FA 제도 도입 초기에는 옵션 금액과 내용이 모두 공개됐다. 그런데 슬그머니 각 구단은 옵션 내용에 대해 함구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FA 100억원 시대를 열 것이라던 강민호의 몸값이 75억원이라는 것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KBO는 올해부터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을 투명하게 하려고 계약과 연봉에 해당하지 않은 옵션 내용도 의무적으로 보고토록 했다. 필요하면 증빙 서류 제출도 요구할 수 있다. 강민호가 혹시 받고 있을지 모를 옵션 내용도 공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제는 옵션 내용과 금액도 공개되는 게 올바르다. 뒷돈을 무기로 선수 영입에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