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를 거부 당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연락조차 받은 적 없다고 해명했다. 신 전 사무관이 잠적하기 직전까지 연락을 주고 받았다고 한 고려대 동문들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민변에 사과했다.
민변은 공식입장문을 통해 “신재민씨 글에서 나온 민변 사건의뢰와 관련해 짧게 말씀 드린다”며 “저희 민변 사무처에 신재민씨 측에서 별도로 연락을 주신 적이 전혀 없다. 전화나 메일 등도 없었다”고 3일 밝혔다.
“물론 민변 개별 회원에게 문의를 했을 수도 있지만 1200명 가까이 되는 회원들의 개인적인 수임 현황을 보고 받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한 민변은 “로펌이나 관료 조직이 아니기에 그걸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변 전체회원이 의결한 것처럼 글에 적혀 있어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한 민변은 “관련 내용에 대해 회의조차 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오늘 하루 적지 않은 관련 문의로 늦게 공지한 것은 그 분의 생사 여부가 불투명했고 이제 안정을 취한 단계라고 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고 한 민변은 “사무처에 항의 전화가 많아 업무를 못할 정도여서 부득이하게 입장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정부의 KT&G 사장 교체 압박과 적자 국채 발행 압력 의혹을 주장한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고려대 친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긴 뒤 잠적했다가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잠적하기 직전인 오전 11시20분쯤 고려대 인터넷커뮤니티 ‘고파스’에 신 전 사무관 계정으로 추정되는 ‘신재민2’라는 아이디로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차라리 그때 이렇게 행동 했으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도와주시고 여론도 좋았을 텐데…”라는 내용이 담겼다.
“민변의 모든 변호사가 민변인 걸 공개하고는 변호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실망했다”고 한 신재민2는 “담당해 주신다는 분도 민변인 것을 공개하지 않고 형사사건 한정으로만 수임해준다고 한다”고 썼다.
신 전 사무관의 고려대 동문 친구들도 입장문을 통해 오인한 것이라며 사과했다. 친구들이 발표한 입장문에는 “신 전 사무관의 지인이 민변 소속 일부 변호사들에게 사적으로 연락을 취해 조언을 받던 와중 이를 신 전 사무관이 오인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3일 낮 12시40분쯤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된 신 전 사무관은 서울 보라매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후 일반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명엔 지장이 없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