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의 황희찬 활용, 정해진 것은 없다

입력 2019-01-04 05:00
뉴시스

오는 아시안컵에서 황희찬의 포지션은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다.

황희찬은 전임 감독인 신태용 체제 때는 대개 손흥민과 함께 4-4-2 포메이션의 최전방에 섰다. 하지만 벤투호에선 다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포백 수비를 골격으로 해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심으로 아래서부터 올라가는 빌드업 축구 신봉자다. 직선적인 공격 상황에서 몸싸움을 통한 공격 확보를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 매 경기 비슷한 4-2-3-1이나 4-1-4-1 포메이션으로 나오는 이유는 그래서다. 투톱을 즐겨 쓰지 않는다. 벤투호의 최전방에 설 선봉장으로 황의조가 확정적인 가운데, 지동원 역시 힘을 보탤 예정이다.

벤투 감독은 황희찬의 활용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은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0대 0무)에서 여러 포지션을 도맡았다. 뒤늦게 합류하는 손흥민의 자리인 왼쪽 측면과 후반 이청용이 빠져나간 이후 그가 위치했던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자리다. 비록 팀은 승리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날 황희찬은 합격점을 받을 만했다. 최전방에 선 황의조에게 몇 차례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기도 했고, 허리에서 끊임없이 압박하며 상대의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자신에게 낯선 포지션인 윙백으로 출전했으나, 사실상 풀백은 이용 한 명이었다. 이용이 수비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황희찬이 전진에 집중하는 의도적인 비대칭 구조였다. 전문 레프트백이 아닌 만큼 황희찬은 폭발적으로 측면을 파고드는 플레이에 집중했다. 황희찬이 멀티플레이 능력이 있기에 벤투 감독의 비대칭 전술이 가능했다.

이렇듯 황희찬의 존재는 벤투 감독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우선 사우디전에서 그를 왼쪽 윙백으로 출전시킨 것은 소속팀 토트넘과의 합의에 따라 조별리그 1~2차전에 결장하는 손흥민의 대안으로 실험대에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황희찬 역시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양발을 잘 쓰는 선수로 방향 전환과 좁은 공간 돌파와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이날 벤투 감독은 마지막 모의고사인 만큼 실험적인 수를 던졌다. 황희찬의 활용을 비롯해 세트피스를 통한 다양한 공격루트 찾기와 기존에 즐겨 쓰던 포백 수비가 아닌 스리백 운영이 그렇다.

신태용 전 감독이 주로 활용했던 손흥민과 황희찬 투톱의 부활 가능성도 있다. 최근 손흥민은 지난달 8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는 등 놀라운 골 감각을 과시했다. 절정의 골 감각을 대표팀에서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방안이다. 그런 손흥민이 아직 벤투호에선 단 한 번의 득점도 없다. 왼쪽 측면으로 위치가 제한되다 보니 토트넘 때처럼 직접 상대의 골문을 노릴 기회가 적었다. 비록 황의조라는 뛰어난 해결사가 있었지만, 상대가 이점을 공략해 2선에서부터 손흥민을 압박한다면 한국은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황희찬뿐 아니라 이재성과 구자철 역시 손흥민과 투톱으로 호흡을 맞춰본 선수들이다.

손흥민 없이 치러야 할 1~2차전 상대인 필리핀과 키르기스스탄을 비롯해 3차전 중국까지 조별리그 상대들은 비교적 약체다. 많은 아시아권 팀들이 한국을 상대하기 위해 수비형 맞춤전술을 들고나오는 만큼 측면 공격수의 해결본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황희찬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