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세 할머니가 77년 만에 러브레터 답장을 받은 사연

입력 2019-01-05 07:00
빌 워커(왼쪽)의 생전 모습과 필리스에게 전해진 편지. 유튜브 캡처

사랑하는 연인에게 보내려던 편지가 77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주인에게 전해졌다.

영국 일간 미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잉글랜드 윌트셔에 사는 필리스 폰팅(99) 할머니가 77년 만에 옛 연인의 러브레터를 받은 사연을 전했다.

필리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빌 워커라는 군인과 사랑에 빠졌다. 군인인 빌은 전장을 떠돌아야만 했고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키워야 했다. 1941년 빌은 전장에서 필리스에게 ‘영국으로 돌아가면 나와 결혼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필리스는 기쁜 마음으로 결혼을 승낙하는 답장을 보낸 뒤 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필리스 폰팅. 유튜브 캡처

그러나 몇 년이 지나도 필리스에게 그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빌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필리스는 다른 남성과 결혼했고 4명의 자녀를 낳았다.

오랜 세월이 지나 99세의 할머니가 된 필리스에게 뜻밖의 편지가 전해졌다. 바로 빌이 보낸 편지였다. 그리고 77년 만에 빌이 답장을 보내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됐다.

당시 빌이 탄 영국 화물선 ‘게어소파’호는 아일랜드 해안에서 독일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84명의 승선원 중 83명이 사망했다. 빌 역시 당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스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는 배와 함께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빌 워커(왼쪽)의 생전 모습. 유튜브 캡처

수십 년간 묻혀 있던 빌의 편지는 지난 2011년 탐사 전문 업체인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이 게어소파호의 탐사를 시작하면서 발견됐다. 오디세이는 배에서 240t에 달하는 은괴와 군인들이 미처 부치지 못한 700여 통의 편지를 찾았다. 편지는 빛과 산소가 차단된 곳에 보관돼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TV쇼 ‘더 원 쇼’를 통해 게어소파호에서 발견된 편지들의 주인을 찾았다. 그 중 ‘필’이라는 애칭이 적혀있던 빌의 편지는 주인인 필리스에게 전달됐다.

빌의 편지를 받은 필리스는 “빌이 전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살아있었다면 분명 내 집으로 달려왔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그와 결혼했을 텐데… 빌은 나를 많이 사랑했다”고 말했다.

빌 워커가 필리스에게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 유튜브 캡처

빌이 필리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가슴 아픈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편지를 여는 순간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나는 편지를 읽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당신이 청혼을 승낙해줬다는 사실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당신은 알까요.”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