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물러서면 바보같이 지는 꼴” 민주당 타협안 거부

입력 2019-01-03 17: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해결을 위한 민주당의 타협안에 대해 “바보처럼 보일까봐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의 양당 지도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셧다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정당이 입장 차를 좁히려고 노력하고 있는 데 왜 정부는 업무 재개를 하지 않으려고 하느냐”면서 “국토안보부에 일단 2월8일까지 예산을 지원하도록 하는 ‘패키지 지출법안(예산안)’을 하원을 통해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 안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바보처럼 보일 것”이라며 거절했다.

2일(현지시간) 낸시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왼쪽 두번째)와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왼쪽 세번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후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게티이미지 제공)

백악관은 장벽건설 예산을 들어낸 ‘패키지 지출법안’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각료회의에서 “불법이민자 때문에 나라가 입는 피해가 2750억 달러(309조8700억원)에 이른다”면서 “국가 안전과 관련된 장벽 건설 예산 50억 달러(약5조6340억원)는 아주 작은 금액인데 이마저도 포함되지 않은 예산안에는 절대 서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은 3일 하원 본회의를 열어 트럼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장벽건설 비용을 뺀 예산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었다.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으로서는 법안의 하원 통과가 수월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서명 거부를 공언한데다 공화당이 과반인 상원 통과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는 4일 추가 협상을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입장 차가 여전해 합의는 불투명해 보인다.

민주당이 제안한 ‘패키지 지출법안’은 이견이 있는 예산은 일단 2월8일까지, 논란이 없는 부서 예산의 경우에는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오는 9월30일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