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치료를 빙자해 성폭력 피해자를 수차례 성폭행 한 혐의를 받는 유명 심리상담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은정 부장검사)는 2017년 2월부터 약 3개월간 20대 여성 A씨를 서울과 부산에 있는 여러 숙박시설에서 성폭행한 혐의(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로 H치료연구소장 김모(54)씨를 지난달 24일 불구속기소 했다.
김씨는 방송에도 여러 번 출연한 유명 심리상담사다. 심리 치료 방법 중에서도 연극기법을 활용하는 ‘드라마치료’ 권위자로 잘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피해자 A씨는 직장 내 성폭력으로 퇴사한 뒤 괴로워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를 찾아가 상담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상담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서라며 A씨를 숙박시설로 유인했다. 예약도 A씨가 직접 하게 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김씨의 범행을 ‘그루밍 성폭력’으로 봤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어 돈독한 관계를 형성한 뒤, 심리적으로 지배함으로써 성폭력까지 가하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9월 “성폭행을 거부할 때마다 김씨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연습의 일환’ ‘이런 태도면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 수 없다’ 등의 말을 했다”며 “하루에도 수십 차례 모바일 메신저를 보냈다”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이어 “김씨가 ‘내가 너를 도와주고 있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