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 아메리카는 이제 10년간 5번째 대회를 개최한다. 평균으로만 보면 격년 단위로 개최되는 셈이다. 월드컵·올림픽은 물론 아시안컵, 유로, 오세아니아 네이션스컵 같은 대륙컵은 대부분 4년 주기로 열린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과 북중미 골드컵이 2년 주기로 개최되고 있을 뿐이다. 최근 코파 아메리카의 개최 횟수 역시 이와 같아졌다.
사연은 이렇다. 코파 아메리카는 그동안 다른 대륙컵과 마찬가지로 4년 주기에 대회를 개최했다. 이 일정에 따라 2011년과 2015년에 정상적으로 대회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6월 브라질에서 기존 일정을 따라 또 한 번의 대회가 열린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이벤트성 대회가 있었다. 100주년을 맞아 열린 2016년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였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그 이후 유로와 같은 해에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의 대항전인 네이션스컵이 등장하면서다. 코파 아메리카의 입지가 다소 약화되자 유로와 어깨를 나란히 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한 복안이었다. 이로 인해 코파 아메리카는 2020년 개최를 확정했다. 2011년부터 5번의 대회가 열리는 셈이다.
다작은 곧 희소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대회의 권위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년간 5번의 우승국이 나오는 점 탓이다. 칠레의 경우 2015년 대회에서 우승하고 바로 이듬해 타이틀 방어에 나서야 했다. 다행히 센테나리오에서 우승했지만, 놓쳤으면 우승의 감격을 1년 만에 빼앗길 수도 있었다. 대회의 권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부분 클럽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유로와 같은 여름에 대회가 열리면 2년마다 선수들을 내줘야 했던 유럽 클럽들의 부담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 유럽 클럽의 이해관계로 대륙컵의 권위가 실추되고 있는 셈이다.
코파 아메리카는 남미 국가 간 최강자 자리를 가리는 축구선수권대회로 1916년 시작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졌다. 대륙컵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다. CONMEBOL 회원 10개국이 예선 없이 참가한다. 출전국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1993년 에콰도르 대회부터 남미 외 대륙의 국가를 초청하고 있다. 2019년 대회의 경우 일본과 함께 2022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카타르가 초청받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