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컵의 향방을 가를지 모를 빅매치가 펼쳐진다. 영국 맨체스터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4일 새벽 5시(한국시간) 킥오프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리그 21라운드다.
리버풀과 맨시티는 올 시즌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앞섰던 팀은 맨시티. 3라운드를 넘어선 시점에서 지난달 초까지 단 한 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첼시전에서 0대 2 패배를 당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후 크리스털 팰리스전(2대 3패)과 레스터 시티전(1대 2패)까지 연달아 발목을 잡혀 승점 47점을 기록, 한 경기 더 치른 토트넘(승점 48점)에 이어 3위까지 처졌다.
선두 리버풀(승점 54점)과 승점 격차는 7점. 맨시티에 리버풀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기다. 우승 경쟁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승부도 허락될 수 없다.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질 무승부는 곧 현 위치를 의미한다.
리버풀전을 앞두고 맨시티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바로 지난 30일 사우샘프턴전부터 부상으로 신음하던 페르난지뉴가 돌아온 것이다. 이번 시즌 4-1-4-1 포메이션을 기본 전술로 삼는 맨시티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비롯한 중원 미드필더의 구성은 승리와 직결된다. 그간 페르난지뉴의 부재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게 큰 숙제로 남았으나 다행히 극적으로 복귀하며 한시름 덜게 됐다.
리버풀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 17승 3무의 경이적인 성적을 기록하며 유럽 5대 리그 중 세리에A의 유벤투스(17승 2무)와 함께 무패 행진을 벌이는 팀 중 하나가 됐다. 무엇보다 20경기를 치르는 동안 8골밖에 허용하지 않은 짠물 수비가 눈길을 끈다. 8골을 실점하는 동안 상대 팀들에 무려 48골을 퍼부었다. 현재까지 실점 부문에서 한 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있는 팀은 유럽 전역에서 리버풀이 유일하다. 홈구장인 안필드에서 내준 골은 단 2골. 그야말로 유럽 최고 수준의 수비력이다.
상황도 좋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을 제외하면 주축 선수 모두가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런 리버풀의 다음 목표는 무패 우승이다. 프리미어리그 무패 우승 타이틀은 2003-2004 시즌에 26승 12무를 기록한 아스널이 마지막으로 쥐고 있다. 이후 15년간 단 한 번도 무패 우승팀은 나오지 않았다. 리버풀로선 이번 맨시티 원정이 가장 큰 고비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컵 대회 일정에 돌입하긴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열흘간의 짧은 휴식기를 가진다. 지난해 말부터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이어졌던 죽음의 일정인 ‘박싱데이’의 끝자락에 선 셈이다. ‘박싱데이에 우승팀이 나온다’라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이 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는 팀들이 우승컵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리버풀은 이미 박싱데이에 ‘판정승’을 받은 상태다. 이날 경기에 패해도 맨시티와 승점 격차는 4점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두 팀 모두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승리한다면 리버풀로선 우승 경쟁의 칠부능선을 넘게 되고, 맨시티는 우승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할 경기다. 박싱데이의 끝자락에서 웃는 팀이 어디가 될지 지켜볼 일이ᅟ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