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출항 벤투호, 등번호 1번은 김승규… 조현우는?

입력 2019-01-03 18:00
조현우(왼쪽)과 김승규. 대한축구협회 제공

반세기를 넘겨 탈환하지 못한 아시안컵 타이틀에 도전할 태극전사의 등번호가 확정됐다. 주전 골키퍼의 상징인 ‘1번’의 주인공은 김승규다. 2018 러시아월드컵 때와 같다.

조현우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연일 환상적인 선방 능력을 과시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비록 한국은 1승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성과는 있었다. 당시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위였던 독일을 포함해 멕시코·스웨덴과 같은 강호를 상대로 조현우의 선방 능력을 확인했다. 독일전의 경우 클린시트를 작성했다.

조현우의 상승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세 명의 와일드카드 중 하나로 출전했다. 선발 출전한 경기마다 안정감을 선보이며 최후방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조현우의 활약 덕에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더 수월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병역 혜택이라는 보상까지 얻어 선수 커리어의 걸림돌도 없어졌다.

상승세가 영원할 듯했으나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 주어졌다. 바로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부임이었다. 벤투 감독은 짧은 패스를 통해 위로 올라가는 점유율 축구 신봉자다.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 압박을 이겨내 동료 선수에게 전달해야 한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는 기본이다. 수비 진영에서부터 상대의 압박을 유연하게 벗어나기 위해 수비수뿐만 아니라 골키퍼도 빌드업에 가담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패스를 주고받을 선택지가 늘어나 공격은 역동성을 갖추게 된다. 발밑 기술이 좋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골키퍼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상황만 보면, 벤투 감독은 김승규를 조현우보다 우선 옵션으로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른 7경기에서 김승규가 가장 많은 4차례 출전을 했다. 이어 조현우가 2차례, 김진현이 1차례 선발로 출전했다.

아시안컵 최종 모의고사였던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골키퍼 장갑을 낀 선수는 김승규였다. 2013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래 A매치 37경기(33실점)에 나서며 다른 대표팀 선수들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춰본 탓일까. 김승규는 경쟁자인 조현우와 김진현과 비교했을 때 노련한 빌드업과 발밑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K리그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적인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일본 J리그에서 뛰고 있기도 하다. 짧은 패스 축구에 단련이 돼 있다. 벤투 감독으로부터 남다른 신뢰를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현우 역시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다. 스스로 대표팀에 합류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발기술과 킥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며 발전을 다짐했다. 이번 아시안컵은 조현우가 골키퍼로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성장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비록 현재까지 김승규가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조현우와 김진현의 반등 가능성도 없지 않다.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를 이어갔지만, 결국 본선 무대에선 조현우가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시안컵에서 벤투 감독이 어떤 골키퍼 카드를 꺼내 들지 관심이 집중된다. 대부분 감독이 그랬듯 자신만의 첫 번째 골키퍼를 정할지, 혹은 지난 7번의 A매치와 마찬가지로 모두에게 기회를 줄지는 그의 선택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