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교차점검’ 방식까지 도입하며 비리 의혹 어린이집 2000곳을 집중조사 했지만 부정수급을 적발하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행정 절차의 이유로 어린이집 전수조사에선 교차점검마저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3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말까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한 어린이집 집중조사 결과를 취합한다는 방침이다.
유치원 비리가 불거지면서 어린이집까지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작년 10월 어린이집 집중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시·도가 구성하는 점검팀에 조사 대상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시·군·구 담당자를 제외하는 교차방식을 적용했다. 어린이집과 공무원 관 유착관계를 고려한 처사다.
복지부는 부정수급 의혹이 있는 곳과 급식비가 과소·과대 지출된 곳, 운영비 지출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곳, 한 사람이 복수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 등을 집중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눈에 띄는 부정수급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실제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비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아 부정수급 자체가 적을뿐더러 액수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집중조사를 놓고도 일선 어린이집에선 “돈이나 좀 지원해주고 점검하라”는 성토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 부정수급은 내부고발이나 경찰조사 없인 발각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시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음먹고 속이려는 것 아니면 (어린이집) 부정수급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했다. 어린이집에서 ‘마음먹고’ 영수증만 완벽히 갖추면 얼마든지 부정수급이 가능하단 얘기다.
복지부는 오는 6월 말까지 진행할 어린이집 전수조사에선 교차점검마저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료입력 절차 등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한 보육 정책 담당자는 “어떤 구청에선 공무원들이 한동안 똑같은 점퍼를 입고 다녔다는 웃지못할 얘기까지 나올 정도”라며 “어린이집의 공무원 로비가 만만치 않다”고 했다. 전수조사 자체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복지부는 보육료를 보육교사 인건비나 교재교구비와 같이 정해진 목적 외에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보조금 부정수급 및 유용 시에도 처벌 수위를 현행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한다.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고 내달 5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입법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