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사찰’ 추명호 실형 선고에 법정구속, 최윤수는 집행유예

입력 2019-01-03 15:08

박근혜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업무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익정보국장과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에게 3일 1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김연학)는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추 전 국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최 전 차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였던 추 전 국장은 이날 다시 법정구속됐다.

추 전 국장은 박근혜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이를 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광범위하게 불법사찰한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이 전 특감과 이 전 은행장을 불법사찰한 혐의에 대해서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정보수집 활동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직권을 남용해 사찰 대상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국정원 업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등에 대한 사찰 혐의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직권남용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일을 용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했다.

최 전 차장도 혐의 대부분이 무죄로 인정됐다. 그는 추 전 국장이 불법사찰을 벌인 뒤 이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는 것을 승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최 전 차장이 우 전 수석, 추 전 국장과 공모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블랙리스트 업무가 지속되도록 용인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법률전문가로서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블랙리스트 업무를 제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