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파스에 게재된 신재민 전 사무관의 글

입력 2019-01-03 12:03 수정 2019-01-03 13:19

3일 고려대 인터넷커뮤니티 ‘고파스’에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가 올라왔다.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으나, 이날 낮 12시40분쯤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 의식이 있는 상태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재민2’라는 작성자 명으로 올라온 게시물에는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게시글에는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심경이 담겼다.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 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있다.

게시글에는 “어차피 폭로할 거라면 이렇게는 안됐었는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때문이었다”고 적혀있다. 신 전 사무관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KT&G 사장 교체 시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건을 입수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청와대가 기재부에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라고 강압적으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2일에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익신고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게시글에는 “더 긴 유서는 제 신림 집에 있다. 친구가 유서를 올려줄 것이다. 모텔에서 쓴 이 유서도 어떻게든 공개됐으면 좋겠다”는 구절이 있다. 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내 진정성이 의심받는 게 싫어서. 막상 죽으려고 하니 눈물이 난다. 강요나 외압으로 죽는 것은 절대 아니다”는 말도 있다.

‘신재민2’라는 작성자명은 신 전 사무관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할 때, 기자회견을 한다는 공지를 할 때 작성자명과 같다.

신 전 사무관은 3일 오전 7시 대학친구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는 예약전송 형식으로 전해졌다. 대학친구의 신고를 받은 서울 관악경찰서는 곧바로 신 전 사무관의 주거지를 수색했다. A4 2장 분량으로 작성된 유서 형식의 글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색작업을 벌이던 경찰은 이날 낮 12시40분쯤 서울 관악구 한 모텔에서 신 전 사무관을 발견했다.


<다음은 신 전 사무관 추정 글>
-일부 내용은 삭제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되어요.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었던 것 같아요.

저 원래 이러지 않았어요.

더 멋있고 괜찮았는데....

일을 오래쉬고 집에만 있으면 이렇게 되나봐요.

그리고 전 원래 항상 웃었어요.

울때도 웃으면서 울어요.

그리고 살 이렇게 많이 안쪘었어요.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이지경 되거에요.

그래도 제가 죽어서 조금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1.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2.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

어차피 폭로할 거라면 이렇게 했어서는 안됐었는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폭로한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때문이었어요.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거라는 부채의식

퇴사하고 6개월동안은 정말 폐인 + 쓰레기처럼 살았어요.

도저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견딜것 같아서 말한거에요.

이러면 안되는것 아닌가요?

다들 아무일도 아니라 하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최고결정자입에서 그런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발행하라 하는데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

부총리가 대통령보고를 원하는데로 못들어가고 있는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원칙상 행정부 서열3위입니다.

이자발생문제. 그 이자는 오직 GDP 대비 채무비율을 높이는 목적에 따라

추가로 발생되는 거에요.

국채발행을 통한 회계연도를 넘은 재정 여력확보는

법상 불가능 해요.

그리고 그시기에는 금리 인상기라 모두가 바이백 혹은 적자국채 발행

축소 기대하고 있었어요. 발행하면 시장기대 역행하는거였어요 교수님.

민간기업 CEO인사 개입하는게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구요??

그러면 왜 당시 우리부는 숨기면서 했을까요?

왜 대외적으로는 민간기업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나요?

만약 정말 이정도 개입이 괜찮다 생각하셨다면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하셨어야죠.

이것도 담당사무관 카톡나와서 차관이 받아왔다는 표현까지 나왔잖아요.

서울신문 사장건은요?

이미 사장님이 인정해서 언론보도까지 되었는건인데요?

그래요.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요.

만약 그래도 이번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것 아닌가요?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이야기 해주실줄 알았어요.

이 모든것이 제가 제대로 침착하지 못했던 제 잘못입니다.

이 유서도 공개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민변에서도 도와주시고

여론도 좋았을 텐데...

민변의 모든 변호사가 민변인걸 공개하고는

변호를 맞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실망했어요.

담당해주신다는 분도 민변인거 공개하지 않고 형사사건한정으로만

수임해 주신다고 하네요.

정말 저는 재수가 없네요.

이번엔 정말 다 죽었는데 줄이 내려오면서 살았네요

원래는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부족한것 같다.

어느 기자님 말처럼 몇몇분의 생계가 나로인해 위협받는 거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이게 공익이고 정의라 해도

내가 죽어야 저울의 추가 맞는것 같다.

나라가 조금더 나아지고 조금씩 시스템이 더 개선되길 바랄 뿐이다.

서울신문 청와대 개입한것 모두가 알고 있었고

(언론보도까지 되었던 사건이다.)

KT&G도 모두 알고 있었다.

그걸 밝히는게 왜 문제가 되나?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사과하고 대응방지 약속하면 되는것 아닌가?

이 당연한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적자성 국채는 내가 겪은일이 맞다.

들은일 본일이 아니라 내가 겪은일이다.

내 귀로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지 않는게 중요하다'라고 들었다.

나는 일베도 아니고 자한당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도 하고싶지 않다.

인터넷에 내가했던 실수들이 있다해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면적인 인간이고 잘못도 많이 했으니까..

정말 그냥 나라가 좀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이었는데.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