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11명 중 9명, 만 33세 이상’ 4년계약도 이적도 힘겹다

입력 2019-01-03 08:42 수정 2019-01-03 10:34

올해 FA 시장이 얼어붙었다. FA 시장에 나온 15명 가운데 11명이 아직도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부터 모든 구단과 계약이 가능했지만, 단 4명만이 도장을 찍었다.

11명의 나이를 보면 히어로즈 김민성(31)과 삼성 라이온즈 김상수(29)를 빼면 9명이 33세를 넘는다. 만 40세인 LG 트윈스 박용택을 비롯해 삼성 윤성환(38), 한화 이글스 송광민(36)은 30대 중반도 넘어섰다. 여기에다 KT 위즈 박경수(35)와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35), 한화 이용규(34)와 최진행(34), KT 금민철(33), 히어로즈 이보근(33)도 30대 중반이다.

박용택과 윤성환을 빼면 나머지 선수들은 4년 계약을 원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으로선 위험 부담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적이다. 현행 규정은 FA 선수가 이적할 경우 영입 구단은 FA 선수의 지난해 연봉 300%나 지난해 연봉 200%와 보상 선수(보호선수 20명 제외) 1명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만 33세 이상의 FA 선수를 데려오고 유망주를 내주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이런 탓에 올해 FA 시장에서 이적한 선수는 총액 125억원의 계약을 맺고, 두산 베어스에서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32)가 유일하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채태인(37)과 최준석(36)의 사인 앤 트레이드를 빼면 이적 당시 나이를 만 33세 넘겨 이적한 선수는 없었다. 2017년에는 4명의 이적 선수 가운데 최형우만이 만 33세로 가장 많았다. 2016년에도 만 33세를 넘겨 이적에 성공한 경우는 심수창(34) 정도였다. 2015시즌을 앞두고선 김사율(39)이 롯데에서 KT로 이적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만들어진 FA 제도가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보상 규정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더구나 보상선수로 이적한 선수들의 경우도 성공한 케이스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대부분 반짝 활약을 하다 존재감 없이 사라지곤 했다.

특급 선수에게만 유리한 FA제도다. 보상선수 규정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차용했다. 그러나 다르게 도입했다. 일본에선 팀 내 연봉 순으로 FA 선수를 세 등급으로 나눠 C급 선수 이적의 경우 보상선수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FA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 트레이드가 아니면 팀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던 당시 구조를 깬 혁신 조치였다. 직장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게 FA 제도였다.

FA 선수의 이적을 가로막는 보상선수 규정은 철폐돼야 맞다. FA제도의 전면 개선이 필요하다. 보상선수 대신 메이저리그처럼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일거에 보상선수 규정을 없애기 힘들다면 일본처럼 FA 등급제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보상선수를 줄여나가는 것을 고민할 시점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