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경영 “득표율 80% 대통령, 내가 못할 것 같나”

입력 2019-01-03 07:00 수정 2019-01-03 08:48
허경영씨가 2018년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경기도 양주에 지은 한옥 저택 ‘하늘궁’에서 하늘을 보고 있다.

허경영(69). 두 번의 대통령선거, 한 번의 총선, 두 번의 지방선거에 도전했지만 한 번도 당선되지 않았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 출마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 “축지법을 구사할 수 있다” “IQ가 430이다” “탱크를 몰고 청와대로 진격하겠다” 같은 황당한 말들을 잔뜩 늘어놓더니 낙선했다. 뜻밖에 받은 표가 많았다. 9만6756표. 득표율은 0.4%였다. 투표소로 간 250명 중 1명이 허씨를 찍은 셈이다. 유권자 9만6756명이 어떤 마음으로 표를 줬는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승리한 선거였다.

실언 한 번에 지지율이 요동치는 게 선거판이다. 하지만 ‘허경영’이라면 다르다. 황당한 공약과 직설화법, 대권에 도전한다면서 음반을 내고 게임 광고에 출연하는 ‘튀는’ 행보는 되레 허씨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허씨의 힘은 재미다. 대선과 공중부양이라니. 네티즌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인터넷 대통령’이다.

10년간 박탈됐던 피선거권이 복권되고 일주일이 지난 2018년의 마지막 날, 허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경기도 양주 개명산 능선에 둘러싸인 한옥 ‘하늘궁’에서 그를 만났다. 총재직을 지냈던 민주공화당에서 탈당해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는 허씨에게 직함을 물었더니 ‘본좌’라고 했다.

허경영씨가 2009년 9월 18일 서울 홍익대에서 디지털 싱글앨범으로 발표한 ‘콜미’를 부르며 관객의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이하 서술된 허씨의 발언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일부 내용은 사실 검증과 독자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우선 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인가.

나간다. 우리나라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산층이 붕괴됐다. 빚더미에 놓여 자살률이 급상승하고 있다. 감옥에 있는 사람이 편하다고 느낄 정도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열심히 일하는데 국민에게 와 닿지 않는 것이다.

국운의 문제다. 한국과 중국의 국운은 하강 국면이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정치인이 몸부림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고생이란 ‘괴로울 고(苦)’에 ‘날 생(生)’으로 쓴다. 그게 바로 고생이다.

(허씨는 이때 화이트보드를 꺼내 ‘苦生’을 썼다.) 국민이 고통 속에 있지만 결국 살아난다는 것, 또 살아나기 위한 것. 온 국민은 지금 고생스러워도 곧 바르게 보는 눈을 뜨고 허경영을 볼 것이다. 이 ‘고’를 ‘생’하게 만들 사람을 찾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인기가 높다. 그래서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린다. 하지만 선거는 다르지 않나. 확보한 지지층은 어느 정도인가. 앞으로 얼마나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나.

한때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유튜브 대통령이다. 정의당 대변인(최석)이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에게 말하지 않았는가. “허경영은 큰 산”이라고. 내 지지자는 세계적으로 많다. 과거의 경우 인기를 득표로 연결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내가 10년 전 제안했던) 공약이 맞아가니 희화의 대상으로 삼는데 그치지 않고 (내가 유권자들에게) 현실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대선 득표율을 80%로 예상한다. 당선되면 개헌(헌법 개정)이 아니라 제헌(헌법 제정)할 거다. 헌법은 국민의 인권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헌법 1조 1항에 사상이 아닌 인권을, 1조 2항에 ‘모든 국민의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진다’고 명시할 것이다.

우리의 삶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내 캐치프레이즈는 ‘최소한 우리 국민이 돈 걱정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 밖의 정책으로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

허경영씨가 ‘하늘궁’ 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등장한 사진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공화당은 어떻게 됐는가.

그 당에서 나왔다. 이제 피선거권을 되찾았으니 ‘국가혁명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2~3월부터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정치 활동자금을 어떻게 충당하고 있나. 인터넷에서 이 점을 가장 궁금하게 생각한다.

내 강연비는 연간 몇 십억원씩 쌓인다. 2018년만 해도 미국에서 7차례나 강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다.

-정말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나.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로 대립하던 시기에 초청을 받았다. 이방카(트럼프 대통령 장녀)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한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비행기에 나도 함께 탑승했다. 트럼프에게 3차례 초청을 받았다. 미국은 ‘북한 플루토늄을 어떻게 제어하면 되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이때 허씨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엄지를 세우고 촬영한 사진을 들어 보였다.) 허경영의 사진을 든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됐지만 그것은 가짜다. 이 진짜 사진을 물타기할 목적이었을 것이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미국 상원의 아시아태평양 위원장(소위원장)이다. 그에게서 2차례 초청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드너 의원의 서명을 받지 않으면 전쟁자금을 확보할 수 없다. 그에게서도 ‘북한 플루토늄 문제를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들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드너 의원에게 눈으로 에너지를 보냈다. 전쟁할 수 없는 에너지를 그들에게 주입했다. 그들은 낙천적으로 바뀌었다. “절대로 전쟁하거나 타격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해결하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가드너 의원에게 이야기했다. 그들은 나를 만난 뒤부터 바뀌었다. 내 머리가 좋다는 건 알았을 테니까. (이방카와 비행기 동승 여부, 트럼프 대통령과 촬영한 사진 등은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

경기도 양주 개명산 능선에 둘러싸인 목조 한옥 저택 ‘하늘궁’은 허경영씨의 거주지이자 강연장이다.

-피선거권 없이 정치권 밖에서 본 이명박 정권 5년, 박근혜 정권 4년, 현재 진행 중인 문재인 정권 2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나는 정권을 비난하지 않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정치적 문제는 없다고 봤다. 서민과 자영업자의 삶을 살려내지 못한 게 흠이었다.

(이때 허씨의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인터넷에 공개된 허씨의 명함 속 연락처를 보고 교실에서 전화를 건 남학생 무리였다. 학생들은 ‘2022년 대선 나오는 게 확실하냐’고 물었고, 허씨는 ‘수능을 없애고 군대를 모병제로 바꾼다’고 답했다. 이런 전화가 인터뷰를 진행한 2시간 내내 10통 넘게 걸려왔다. 허씨는 모두 성실하게 답했고, 격려를 원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기도 했다. 허씨는 남학생들과 영상통화를 마친 뒤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하루에 수천통씩 전화가 걸려 온다. 모두 받을 수는 없다. 이들은 모두 내 지지자다. 이명박 정권은 해외 자원외교로 문제가 됐고, 박근혜 정권은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저렇게(탄핵) 됐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 중 애국자가 아닌 사람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잘못 만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국운이 나빠져 나라가 어려워진 것이다. 국운이 내리막길이라고 보면 된다. 문 대통령의 문제도 아니다.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풀어진다. 내가 나타날 때까지 우리 국민은 고생하고 있다. 난세에 영웅 나온다 하지 않았는가.

-10년 전 대선 공약 중 출산수당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고 있다. 새롭게 제안할 정책이 있는가.

(내 공약 중) 출산수당만 시행되고 있다. 국회의원·지자체장 30여명이 내 공약을 표절했다. 정치가 생산적이지 않은 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청와대가 아무리 여당 의석수를 많이 확보해도 소용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에 스스로 만든 국회 선진화법으로 쫓겨났다(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일을 못했고 그래서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뜻인 듯했다). 그렇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이후에) 대통령이 되고 보니 결국 스스로 만든 법으로 탄핵됐다. 국회로 넘어가도 통과되지 않으니까. 의원 180명(정족수의 60%)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쟁점 법안은 발의도 안 되니까. 그게 결국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국회를 단순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중산층 붕괴를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국회 선진화법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민주적 절차다. 이걸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통령이 정권을 잡아도 (정책은) 국회에서 맴돌기만 한다. 180명의 동의를 구해야 하니 입법 정체 현상이 벌어진다. 청와대는 있으나 마나 한 곳이 됐다. 민주주의에 절제의 선은 필요하다. 만장일치로 (입법)하는 중국·북한도 스스로 ‘최고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하지 않는가.

국민의 의식주는 기본으로 깔아놓고 그 위에서 자본끼리 경쟁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산주의 안에는 자본주의, 자본주의 안에는 공산주의가 있어야 한다. 이런 역발상적 음양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니 정치가 실패하는 게 아닌가. 국회에서 의석(300석)의 과반만 나와도 법안이 통과되게 해야 한다.




-피선거권이 복권됐다. 앞으로의 대권 행보에서 경쟁자를 누구로 보는가.

경쟁자는 없다. 그럴 만한 후보가 있으면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 내가 대선에 출마하면 득표율 80%를 받을 수 있다. (대선 사상 최고 득표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51.6%) 그럴 수 없다면 나는 대선에 나갈 수도 없다. 압도적 지지를 얻어야 국회의원들의 정신을 교육할 수 있다. 사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다. 국민을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이란 말을 듣고 싶으면 국민을 잘 살게 해야 한다.

-차기 대선에 앞서 2020년에 총선도 있다. 준비하고 있는가.

국가혁명당을 창당하면 총선에 후보를 낼 것이다. 곧 선거 제도가 바뀌게 될 것이다. 전국에서 유세 활동을 펼치면 여야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원내 진출 목표를) 20명으로 삼고 있지만 5명도 성공적이다.

-정당 활동을 통해 자금을 요구한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땅을 사거나 건물을 지을 때 후원한 경우는 있었다. 내 정치 활동자금은 오직 강의료로 충당된다. ‘저 사람이 돈을 어디서 모았느냐’는 식의 공세는 나를 모함할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 집(하늘궁)도, 자동차(롤스로이스 팬텀)도 모두 내 명의로 돼 있다. 나는 재산을 빼돌리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 나이로 70세인 허경영씨는 남다른 체력을 가졌다. 허씨가 ‘하늘궁’ 마당에서 발차기를 시연하고 있다.

허경영씨는 자신을 촬영하던 국민일보 최민석 기자에게 “함께 발차기를 하자”고 제안했다. 허씨와 최 기자가 마주 보고 발차기를 하고 있다. 허씨의 발이 더 높이 올라갔다.

-여러 능력을 가졌다고 말했지만 공중부양, 축지법은 솔직히 믿기 어렵다. 보여줄 수 있는가.

곧바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공중으로 부양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지자에게 보여준 적은 있다. 공간이동도 가능하다. 내가 지금 이곳(양주)에서 여의도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특이한 행동을 많이 했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마술에 가까운 것이므로 자랑할 일은 아니다. 열심히 운동해야 한다.

(허씨는 이때 곧바로 시연할 수 있는 공중부양의 기본 동작을 보여주겠다며 자리를 마루로 옮겼다. 인터뷰 도중 자택으로 하나둘 찾아온 10명 이상의 지지자도 있었다. 허씨는 공중부양의 기본 동작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뒤 오른쪽 다리를 재빠르게 왼쪽 무릎에 올리는 동작, 두 주먹을 바닥에 짚고 몸을 띄우는 동작을 선보였다. 기사에 첨부된 영상에서 볼 수 있다.)

몸을 완전히 띄울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보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단련하면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겠는가. 어릴 때부터 공간이동부터 오만 가지를 했다. 이게 자랑밖에 되지 않으니 요즘은 하지 않는다. 이렇게 강한 체력이 없으면 대통령도 할 수 없다.

-2012년 12월 17일 소셜방송에서 말했던 박근혜정부 전망이 지금까지 인터넷상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3년차 레임덕, 공약 미이행, 촛불집회, 대통령 퇴진, 개헌정국 포장 실패를 예상했다. 미리 본 것처럼 말했다.

그때 구체적으로는 6가지를 예상했다. 박 전 대통령이 득표율 51%로 당선되고, 청와대에서 굿판이 벌어지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고,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걸 개헌정국으로 덮으려다 쫓겨난다는 내용이었다. 이 상황을 눈으로 본 것처럼 이야기한 사람은 나뿐이다. 대통령이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말한 사람은 나뿐이다.

허경영씨가 근엄한 표정만 짓는 것은 아니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과 밝게 웃으며 촬영한 사진들을 SNS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허씨가 ‘하늘궁’ 안에서 인터뷰 도중 밝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리고 있다.

-허씨의 인기를 실감한 적이 있다. 2018년 1월 거리에서 혹한을 견디며 허씨 홍보용 플래카드를 들고 선 남자를 봤다. 열성 지지자는 얼마나 모였는가. 그들을 모은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바다에서 소금은 3%다. 이 소금 같은 3%의 열성 지지자만 있어도 국가를 바꿀 수 있다. 국민의 10%가 내 열성 지지자라고 본다. 선거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다. 피선거권이 박탈된 10년간 나를 꾸준하게 지지하지 않았는가. 내가 지상파 방송까지 출연하면 (지지율 상승의)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때 음해공작도 많겠지.

-한국 나이로 2019년에 칠순이다.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는가.

전혀 없다.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나는 대통령이 되면 최소한 돈으로 걱정하지 않고 사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그게 앞으로 대선에서 내가 펼칠 캐치프레이즈다. 소상공인·자영업자가 거의 붕괴됐다. 융자금을 내지 못하는 가정도 너무 많다. 부동산 경매가 속출하고 자살자는 급증한다. 현직 대통령만 비난할 게 아니라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람을 선출해 난국을 극복할까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국가를 살릴 사람은 미래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피선거권을 되찾았으니 총선에서도 움직일 것이다.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당, 믿을 수 있는 후보가 돼 헌법을 개헌이 아니라 제헌하겠다. 앞으로 제안할 공약 33건을 완벽하게, 빠르게 실현하겠다. 기해년을 맞아 모든 가정에 행복을 빈다.

양주=글 김철오 기자, 사진·영상=최민석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