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책을 한 권 선물했다. 청와대의 권력 독점 현상을 지적한 정치학자 박상훈의 ‘청와대정부’라는 책이었다.
저자는 청와대가 중심이 돼 여론을 직접 이끌면서 내각을 수직적으로 지휘하는 정부 운영 방식은 비(非)민주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가 ‘보수판’ 청와대정부라면, 지금은 ‘진보판’ 청와대정부”라고 규정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김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한 뒤 기자들에게 “청와대가 많은 권력을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오늘 선물 받은 책을 잘 읽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번 청와대에 갈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내에서 주문이 나왔던 책”이라며 “지나치게 청와대에 집중된 권한 때문에 이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도 일어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두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문제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상임위 소집에 공조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가 청와대정부를 건넨 데는 바른미래당이 적극 추진 중인 비례제 연동형대표제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책은 민주주의의 정상적 작동을 위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요체인 정당의 역할 강화와 정당 정치의 정상화를 강조한다. 여야는 선거제 개혁을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신년사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독식의 양당제라는 ‘두 괴물’에 발목 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돼 다당제와 합의제 민주주의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