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일 항소심 재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1심 선고 당시 생중계에 반발하며 법정 출석을 보이콧 한 뒤 118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고법 형사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2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사건 첫 재판을 열었다. 그는 뿔테 안경, 노타이 차림으로 등장했다. 왼쪽 옷깃에 달린 하얀색 원형 배지는 수용자 신분임을 알리는 표식이다.
그가 법정에 들어서자 측근인 정동기 전 민정수석, 이재오 전 의원 등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 10여 명이 자리했다.
재판장이 “피고인 이명박 씨”라고 출석을 확인하자 그는 마른 기침을 하며 피고인석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 9명이 이 전 대통령 옆을 지켰다.
이어 재판장이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이 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411219”라고 생년월일을 말하다 잠시 주춤했다. 그러더니 “뒤에 번호를 모르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재판장이 서류를 확인하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여유있게 방청석을 둘러봤다. 법정을 찾은 방청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기도 했다. 검찰 프레젠테이션 도중에는 자신의 왼편에 앉은 황적화 변호사와 웃으며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 전 삼성에서 뇌물 명목으로 3억50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에 대해 “이 전 대통령에게 삼성 자금 지원 관련 보고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걸 명백하게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했다는 의혹을 받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관련 혐의를 무죄로 선고한 부분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청와대 직원 등에게 다스 관련 소송을 지원하게 했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가 무죄로 선고된 것에 대해 “김백준 당시 총무비서관 등이 한 업무는 소송수탁자의 정상적인 소송 행위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스 자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샀다는 의혹, 선거캠프 직원과 비서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 등을 무죄로 본 판단에 대해서도 “이 전 대통령은 다스 허위계산서 금액 보고를 꼼꼼하게 체크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범행은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등 형을 가중해야 하는 요소가 다수 있다”며 “기본 영역에서 15년으로 정한 건 누가 봐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 판결 이후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2심을 종결할 때 하겠다”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