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씨가 ‘남편은 민주주의 아버지’라고 밝힌 뒤 여·야 4당은 일제히 ‘망언’이라는 논평을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침묵했다.
이씨는 지난 1일 한 인터넷 보수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냐”며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씨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은 2일 비판하는 논평을 일제히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특별히 할 논평이 없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무고한 생명이 죽어갔고 유가족들은 수십 년 세월 동안 고통을 안고 산다”며 “역사의 단죄를 받아도 시원치 않을 당사자가 감히 민주주의를 운운하며 실성에 가까운 발언을 한 사실에 광주항쟁 원혼을 대신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도 서면 논평을 통해 “(이 씨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국민이 피와 땀,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 글자마저 농락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각종 법안을 애써 외면하는 한국당에게도 묻는다. 이씨 말에 동조하는가. 입장을 밝혀라”고 한국당에 촉구했다.
노영관 바른미래당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재판과 증언을 피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고 기대하는 국민 앞에 함부로 민주주의 운운하지 말라”며 “희생자들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더 이상의 허위증언은 그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현 민주평화당 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기가 막힌다. 해외 토픽에 나올 일”이라며 “전두환이 민주주의 아버지라니 신년 벽두에 이 무슨 망언이냐. 5·18과 한국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5·18 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한국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진상규명 작업이 절실해졌다. 한국당은 5·18 진상규명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뻔뻔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다. 자기 최면도 이만하면 병”이라며 “전씨는 광주를 생지옥으로 만든 학살자다. 그 죄가 인정돼 1997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질타했다. 정 대변인은 또 “그런데도 전씨는 단 한 번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부부가 회고록을 내며 자신들도 5·18의 억울한 희생자라며 망언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당은 이씨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특별히 할 논평이 없다”고 밝혔다.
이슬비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