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국가 녹을 먹으며 느낀 부당함을 어떤 방식으로든 전달하지 않으면 다른 일을 할 자신이 없었다”며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시도,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 의혹을 폭로한 배경을 털어놨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오후 3시 서울 강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년 동안 고시를 준비한 뒤 (기재부에서) 4년을 일하고 나왔다. 처음 기재부에 들어갔을 때의 그 열망은 KT&G 사건을 보고 나서 막막함, 국채 사건을 봤을 때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나 이후에는 공무원이 똑같이 절망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유투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기재부를 통해 민간기업 KT&G 사장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문재인정부 초기 국채 비율을 높게 유지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해 11월 15일 있었던 기재부의 1조원 바이백(국채조기상환) 취소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초 기재부는 11월 한 달 동안 3번에 걸쳐 3조5000억원 규모의 국채를 조기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같은 달 15일 국채 1조원을 매입하려던 계획은 하루 전에 돌연 취소됐었다. 신 전 사무관은 부채비율을 최대한 높게 유지하라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고, 이 때문에 기재부가 바이백 계획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백을 한다고 해 놓고, 안하는 건 비상식적이다. 하루 전에 취소하면 분명 어떤 기업은 피해를 입고 누군가는 고통받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신 전 사무관은 당시 바이백 취소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을 넣은 청와대 인사로 차영환 전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지목했다.
반면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기재부는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불가피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기재부는 2일 서울중앙지검에 공무상 비밀누설 금지 등 혐의로 신 전 사무관을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은 “검찰 고발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익제보자가 숨어 다니고 사회에서 매장 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익 제보자가 사회에서 인정받고, 공익을 위해 제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익신고자가 나로 인해 또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