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핵무기 고수, 변화 없어”…北신년사 분석

입력 2019-01-02 16:29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간담회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태영호 전 주영북한공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보고 “(북한이) 2018년 초나 지금이나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해나가려는 데 한 치의 변화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가미래비전특위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과 미국이 대화에 임하는 출발점은 결국 미국도 핵보유국이고, 북한도 핵보유국이니 서로 동등한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협상을 출발시켜야 한다는 의미가 신년사에 담겼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미) 양측 간 새로운 관계를 수립해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강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완전한 비핵화로 나간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평화협정이 비핵화의 전제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주장하는 로드맵으로 가는 것은 현재 미국이 주장하는 ’북한 비핵화 실현 때까지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과 정면충돌한다”며 “김 위원장 입장은 제재가 풀리고 평화협정을 맺기 전까지는 핵 공격 능력을 그대로 갖추고 있겠다는 건데 핵무기를 그대로 두고 제재를 풀고 평화체제를 추진하면 그것이 곧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올해 김 위원장의 대남·대미전략은 압축해보면 2019년 미·북 핵 협상을 핵 군축협상으로 좁혀 전략적 위치를 굳히고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려는 것”이라며 북한 핵 폐기와 핵 군축 중 어느 쪽으로 갈 것인지가 향후 협상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미국이 김 위원장의 손을 들어줘 핵 군축 협상으로 가닥을 잡으면, 결국 미국과 북한 사이 핵 협상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 등 여러 갈래의 협상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이 올해도 처음부터 북핵 폐기 협상을 고집한다면 2019년의 미·북 관계나 남북관계는 2018년과 같이 큰 진전은 없는 상황이 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 신년사가 나온 이후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올해 대북제재를 풀기 위해 핵 폐기라는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나오고 있다”며 “북한 외교관으로 일했던 저는 북한이 그런 합리적 사고나 결정을 내릴 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북한 영역뿐만 아니라 조선반도에서도 모든 핵 위협 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이라며 “일본과 괌까지 포함한 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이고 당연히 주한미군도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사람치고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가 북핵 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포함한 위협 요인 제거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는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 병행 추진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한미 공조체제 유지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라며 “평화는 힘에서 나온다. 일방적 양보는 북한 비핵화도 평화도 이뤄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3가지 사안(한반도 전체로 적대관계 해소 확장, 다자협상 추진,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중에서 하나라도 한국 정부와 합의할 수 있다면 정상회담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슬비 인턴기자,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