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다가 간호사 쪽 확인” CCTV에 찍힌 임세원 교수의 행동

입력 2019-01-02 15:53 수정 2019-01-02 16:49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세원 교수를 흉기로 살해한 피의자 박모씨가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도 동료 의료진 안전에 신경 썼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2일 “임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병원 CCTV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에서 외래환자 박모(30)씨의 흉기에 수차례 찔렸다. 박씨는 임 교수에게 조울증 치료를 받아 온 환자다.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뒤 이날 수개월 만에 병원을 찾았다. 임 교수는 박씨가 예약도 없이 왔지만 상담에 응했다고 한다.

박씨는 상담하던 중 갑자기 진료실 문을 잠갔다. 위협을 느낀 임 교수는 상담실 내부에 있던 문을 통해 옆 진료실로 대피했다. 이후 복도로 빠져나왔다.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뒤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임 교수가 대피하던 중 멈춰 서서 간호사 쪽을 바라봤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사가 제대로 피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며 “이후 박씨가 다가오자 다시 도망쳤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결국 병원 3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씨에게 붙잡혔다. 부상을 입은 임 교수는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약 2시간 뒤 끝내 숨졌다. 박씨는 간호사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병원 CCTV, 박씨의 소지품 등을 분석하고 주변인들을 조사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할 방침이다. 임 교수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됐다. 경찰은 지난 1일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는 2일 밤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