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야구단 유승안(63) 감독은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자리에서 경찰야구단의 현실부터 한국프로야구의 미래까지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밝혔다. 모임을 앞둔 프로야구선수협의회에겐 희생을, 프로야구단엔 코치진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인터뷰 내내 강조한 가장 큰 흐름은 ‘선수 중심’ 야구다.
-아시아윈터베이스볼(AWB)에서 몇 등을 예상했나.
“우승한 적도 있었고, 지난해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적어도 3등은 하지 않을까 했는데 4등을 했다. 불만족스럽다.”
-우리 대표팀에선 무엇이 부족했나.
“기본기다. 일본 대표팀의 경우 배팅과 피칭 그리고 수비를 할 때 기본적으로 30㎝는 낮은 것 같았다. 하체 중심으로 깔려 있었다. 수비도 기본적인 메커니즘이 좋았다.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대표팀 선수 중 유망주는.
“롯데 자이언츠 최하늘과 KIA 타이거즈 유성용, 경찰야구단 이성규가 괜찮았다. 그러나 아직 많이 부족하다. 최하늘은 완투 능력이 문제였다. 100개 이상 던져야 하는데 80개 되니 구속이 떨어지더라.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훈련량은 다르지 않다. 30~40개를 던지기 위해 동계훈련 때 매일 200개를 던지고, 선발 투수도 200개를 똑같이 던진다. 어디에 집중도를 두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이성규의 타격도 불만족스럽다. 단점이 보인다. 스윙 메커니즘 자체가 우격다짐이고 힘에 의존하는 배팅이다. 수비에서도 고쳐야 할 게 많다.”
-경찰야구단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현재 암흑 속에 있다. 지금은 빛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선수를 뽑지 못했기 때문에 기존 20명이 제대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는 것이다. 정부와는 대화를 많이 했다. 정운찬 KBO 총재와도 국회를 많이 찾아갔다. 경찰청장도 많이 만났다. 정부의 정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늦춰달라는 것이다. 경찰야구단은 순기능을 많이 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만약 폐지가 불가피하다면 공군, 육군, 해군 등이 운영한 선례가 있으니까 군에서 운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야구계가 힘을 모은다면.
“이 문제에 있어서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현재로는 없다. 문제는 선수단이다. 선수들이 피해당하게 된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대표 부재 상태가 길어지면 나중에 후회할 일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대표 선수들이 앞장서서 지켜야 할 사안인데 너무 소극적이다. 다 알면서도 움직이는 척만 한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희생을 좀 해야 한다. 후배들의 앞날을 터줘야 한다. 선수협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참 한심하다.”
-선수협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가.
“전혀 못 하고 있다. 과거 대의원이었던 나를 비롯해 최동원 등이 선수노조를 하려던 때가 있었다. 정부와 구단의 저항 때문에 우리는 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 선수들은 그때 희생하며 움직였다. 현재 선수협은 젊은 선수들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이익도 챙겨주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선수협이 일부 몇몇 선수들의 부를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됐겠지만, 최저연봉에 허덕이는 선수들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우선 젊은 선수들을 대의원으로 참여시켜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또 은퇴선수들도 대표로 참여해서 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일구회와 은퇴선수협의회와의 통합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연금 운용은 가능할까.
“게임이나 유니폼 판매, 명칭 서비스를 잘만 하면 가능하다. 반은 개인이 수익을 가져가고 반은 연금 자금으로 갹출하면 된다. 또 한국시리즈 등 포스트 시즌 수익금의 일부를 연금 기금으로 받아내야 한다. 또 FA 등 돈을 많이 버는 선수들이 많은 돈을 내는 구조로 연금을 운영하면 된다. 판을 엎자는 게 아니라 젊은 선수들의 후생복지를 이제는 선수협이 책임질 때가 됐다.”
-KBO와 선수협의 관계는.
“선수가 중심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KBO가 먼저 안을 제시하면 선수협이 찬성과 반대를 말하는 구조다. 거꾸로 선수협이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하고 KBO가 가부를 답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홍보 심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기술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진짜 한국야구를 위하는 사람, 자기 세대가 아니라 밑의 세대를 보고 일하는 사람들이 기술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 야구가 일본과 대등하다고 떠들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많이 떨어져 있다.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구조가 돼야 한다.”
-전임감독제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전임감독제는 100% 해야 한다. 국가대표 성적에 민감한 나라다. 감독들이 벌벌 떤다. 그런 판국에 전임감독제를 안 하고 우승해 온 우리가 기적에 가깝다. 대단한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감독 평준화 시대다. 상비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23세, 25세 이하, 전체 등 3등급 정도로 나눠 운영하는 게 좋을 듯하다.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시즌 중에는 종이 작업이 전부다. 시간이 나는 동계 기간 짧게 훈련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계획은.
“한국 야구계의 미래를 위해 일하고 싶다. 저변 확대가 중요하다. 그리고 프로야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코치진의 해외 연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