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79)씨가 1일 보수 인터넷매체 ‘뉴스타운TV’와의 인터뷰에서 “내 남편은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기총소사 사실을 증언한 조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5월 불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의 두 번째 재판이 오는 7일 광주지법에서 열린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조금 전의 일도 기억 못 하는 사람한테 광주에 내려와서 80년대에 일어난 일을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라고 말했다.
이씨는 첫 재판을 하루 앞둔 지난해 8월 26일, 전 전 대통령이 수년 전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며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대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식적으로 법원에 연기 신청을 한 것은 아니라며 예정대로 재판을 열었다. 전 전 대통령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5월과 7월에도 재판 연기 신청서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지금 건강해서 모든 대책을 세우고 호기롭게 내려가서 한마디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며 “하늘이 원망스럽다. 왜 저분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라고 한탄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횡설수설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면 그것을 보는 국민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며, 세계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라고 했다. 이어 “재판관에게 편지(불출석사유서)도 썼는데 재판장도 어떤 압력을 받고 있으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는 것 같다”며 “결론을 내려놓고 하는 재판이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출판금지 처분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서도 “팔십 평생을 살았지만 1당 독재 전제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이 출판금지를 당한 사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우리 쪽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마저 차단당하고 있는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면서 “민주화를 표방하는 5·18 단체들은 자신과 다른 입장을 용납하지 못하는 한 민주화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임을 인식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대통령 임기가 전 전 대통령 퇴임 직전인 1987년에 개헌을 통해 ‘7년 단임’에서 ‘5년 단임’으로 변경된 것에 대해서도 이씨는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는 생각을 못 하지 않느냐”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내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씨는 “남침해서 우리나라 국민을 그렇게 많이 죽인 김정은도 서울에서 환영한다고 지하철에 벽보를 붙이지 않느냐”고 지적한 뒤 “40년 전 일을 가지고 우리나라 발전을 이렇게 한 대통령을 그렇게(박해) 한다. 그런 편협한 사람들이 무슨 이북과 화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5공화국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기고 우리 두 노인네 좀 너그럽게 봐달라.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제가 눈치 보지 않고 (전 전 대통령을) 잘 모시다가 보내드리도록 해주셨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인터뷰 말미에 자택 내부를 일부 공개하기도 했다.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집필한 자신의 서재, ‘압류 딱지’가 붙은 주방의 냉장고 등이다. 응접실 벽에 걸린 전 전 대통령의 취임사 병풍에도 압류 딱지가 붙어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지방세 9억8000만원을 체납한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수색해 TV, 냉장고, 병풍 등 9점을 압류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