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78)] 명예훼손⑧ 마약사범 관련 TV보도에 내 모습이 자료화면으로 나왔다면?

입력 2019-01-07 10:00

요식업을 하는 A는 최근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가게를 접을지 고민이다. A는 답답한 마음에 가게 앞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며칠 후 한 방송사가 해외직구 마약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하며 A의 옆집을 경찰이 압수수색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A가 담배피는 장면이 “본 사건과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자막을 달고 송출이 되었다. 그러나 A 주변 사람들은 마치 A가 마약을 한 것처럼 오해를 하고 있다. A는 방송사에 어떠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A는 경기불황으로 인하여 심난한 마음 상태인데, 졸지에 해외직구 마약사범이 되어 밤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A는 밀려드는 문자와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입니다.

A는 방송사에 옆집 마약 문제에 자신의 모습이 자료화면으로 등장한 점을 문제삼았지만 방송사는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책임이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인것도 같습니다.

어떠한 기사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는 일반인의 평균적 관념에 따릅니다. 법원은 일반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통상의 방법을 전제로 그 기사의 전체적인 취지 및 객관적 내용,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구의 연결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일반 독자가 보도를 보면서 접하는 A의 모습이,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취지 및 내용, 어휘 등을 감안할 때 그 보도의 대상이라고 여겨질만하다면, 그 보도는 A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방송사가 밝혔다고 해도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방송내용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A의 화면 등장 시점 및 멘트, 자막 등으로 인하여 A가 마약 직구의 당사자라고 본다면,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문구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는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일 좋은 방법은 관련 화면을 쓰지 않는 것이고, 만약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한다면, A가 특정되지 않도록 모자이크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지요.

만약 A의 가게가 A의 모습과 함께 노출되었다면 어떠할 까요. 이 문제 또한 일반 독자가 기사를 어떻게 접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독자들이 A의 가게가 해외직구마약 유통지 혹은 보관지로 이해할 정도의 보도였다면, 방송사는 이 점에 대해서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재심법률지원 위원,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