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77)] 명예훼손⑦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해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입력 2019-01-02 10:00

A는 친구들과 동창회를 하다가 잠시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눈 앞을 휙 지나갔고, 그 뒤를 이어 몇 명의 사람들이 뛰어가는 것을 보았다. 다음날 A는 TV를 보다가 자신이 마치 절도범인 것처럼 CCTV를 보여주는 방송을 보고, 항의전화를 했다. 그런데 방송사는 모자이크를 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A는 더 화가 났고, 오히려 방송사는 A씨의 음성을 변조한 다음에 “방송사에 행패부리는 진상”이라는 뉴스를 또 내보냈다.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하면 방송사는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A는 단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그 자리에 서있었을 뿐인데, CCTV를 보여주면서 마치 자신이 절도범인 것처럼 묘사되어 무척이나 억울합니다. 방송사 항의해도 CCTV 화면이 흐려서 누군지 알 수가 없으니 책임이 없다, 심지어 모자이크도 하지 않았느냐는 반박에 마땅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송사가 모자이크를 했지만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지의 문제가 됩니다.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판결은 없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름을 쓰지 않아서 관련 내용만으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글의 내용과 피해자를 묘사하는 문구 등 주위 사정을 종합하여 피해자가 누구인지 드러날 수 있는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판단한 적은 있습니다. 위 취지는 영상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영상 뿐 아니라 주변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당사자를 몰랏던 제3자가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을 때 특정되었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를 원래 알고 있었던 주변 사람이 여러 정황을 감안하여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게되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법원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성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구, 친지 등 가까운 사람들을 그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가족만 알아보는 경우라도 피해자가 특정되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특히 인물의 모습이 보도될 경우 주변 사물 중 보도되는 인물과 연관지을 만한 것들이 있으면, 그 사물과 인물은 연관시켜 당사자 특정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뒷 배경으로 특정한 건물이 있고, 그 건물로 인해 당사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심지어는 모자이크를 하고, 음성변조를 했는데, 경상도 특유의 어투와 행동, 몸짓 등으로 주변 사람이 특정한 사람임을 알 수 있다면, 이 또한 ‘당사자가 특정’ 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했다고 해서 당사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재심법률지원 위원,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법률고문,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경제연구원, 딜로이트 컨설팅, 쿠팡, 국민일보, 한국일보, 세계일보, JTBC, 파이낸셜뉴스, Korea Times 등 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