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에게 기해년(己亥年)은 위기이자 반격의 한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20년 20대 총선을 1년여 남긴 상황에서 정당 간 이합집산이 본격화되면 외부로 향하는 원심력이 강해져 당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당 지도부는 정계 개편 시즌을 대비해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내부적으로는 당 정체성 갈등을 추스르고, 외부적으로는 민주평화당, 더불어민주당 내 비문(문재인) 세력까지 규합하는 방식의 정계 개편 구상을 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1일 2019년 첫 행보로 국립 현충원을 찾았다. 손 대표는 방명록에 ‘새판, 새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문장을 적으며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양극단의 대결정치에서 벗어나 합의제 민주주의의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내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키고 평화를 자리 잡게 하겠다”며 “우리 당이 새 판짜기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당 신년인사회에서는 “바른미래당은 2019년 그동안의 침체와 좌절, 의구심을 딛고 일어서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며 “무능한 진보와 알맹이 없는 허망한 보수를 물리쳐 새로운 중도의 길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창당 1주기를 한달여 앞두고 있는 바른미래당에게 지난 2018년은 위기와 일시적 봉합의 연속이었다. 각종 현안에서 당 정체성 갈등을 겪다가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내리는 ‘바미하는’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이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으나 창당의 한 축인 바른정당계 인사들의 탈당 가능성이 남아있어 언제라도 균열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올해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체제 개편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이들 보수 성향 인사들의 탈당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손 대표의 이날 발언은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하는 신생정당의 절박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YS) 자택을 찾아 부인 손명순 여사에게 신년 인사도 전했다. YS는 민주화 운동의 거목이나 보수진영의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이학재 의원의 탈당으로 촉발된 당내 보수 인사들의 탈당 행보가 진정세에 들어선 상황에서 합리적 보수를 끌어안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내부적으로 당 분위기 다잡기에 나서는 동시에 당 외부 세력에 대한 규합에도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정치권 전체가 대대적인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들어설 경우를 대비해 바른미래당만의 운신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손 대표가 최근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고 비공개 일정을 늘려 정치권 인사들을 다수 만나고 있다”며 “향후 정계개편에 대한 준비”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선거제도 개혁을 명분으로 다른 당과의 규합에 나서야한다는 요구가 많다. 단순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그칠게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넓은 틀에서 민주평화당 일부 세력과의 규합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새해 전국을 순회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 관계자는 “‘도로 국민의당’처럼 보일 수 있기에 당대당 통합의 모양새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손 대표가 적극적으로 평화당 의원 다수와 직접 혹은 측근을 통해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평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다음 총선에서 친문 위주의 공천이 이뤄지면 우리가 돌아가도 보장받을 자리가 있겠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내 비주류 세력을 대상으로도 규합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21대 총선 공천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당의 볼륨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의원은 “민주당 지지율이 30%선으로 떨어지고 권력 누수현상이 심화되면 현재에도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나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그들이 당을 나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