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근무시간에 업무와 무관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등 태만한 태도를 보였더라도 해고 사유가 기재된 서면을 통지하지 않고 해고한 것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여부를 다시 심판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7월 직원회의에서 트레이너 B씨를 질책했다. B씨가 업무와 상관없는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는 이유였다. 이 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트레이너를 계속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B씨는 “앞으로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퇴직 권고 통보서를 보냈다. 통보서에는 ‘B씨는 회의 석상에서 퇴사 의사 표현을 했고 B씨와 지속적인 업무 관계가 어렵다고 사료되는 바, 권고 퇴직 처분을 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10일 내에 퇴직 요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해고 처분할 것’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여부를 판정해달라”며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사유 기재 등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B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여부를 다시 판정해달라”며 재심신청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도 B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의 근로관계는 A씨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종료됐다”며 “통보서에는 근로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회사 입장만이 대략적으로 기재돼있을 뿐이어서 근로자인 B씨 입장에서는 해고의 원인이 된 구체적 비위 사실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가 해고하기 위해서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
재판부는 “‘B씨는 퇴직 권고 통보서를 받은 이후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사직 의사 표시를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동료 직원들에게 회사의 일방적 처사에 부당함을 토로했고, 부당함을 다투기 위해 근무를 지속할 것이며 회원 인수인계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없다’는 B씨 발언은 피트니스센터를 그만두겠다기보다는 향후 트레이너라는 직업을 유지할 생각이 없다는 취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의 퇴직 권고 통보서는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는 내용으로 합의 해지를 확인하는 서면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