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영업사원에 대해 회사가 해직 처분을 내린 것은 부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한 신용카드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회사 측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 회사 영업팀 사원인 A씨는 2016년 6월 거래처 여직원 B씨를 만나 업무 미팅을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같은해 7월 해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B씨가 회사 측에 문제제기를 하면서 제출한 경위서에 따르면 미팅 자리에서 A씨가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30대 여성이 자기 만족도가 높다는 발언을 했다.
회사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A씨의 해직을 의결했다. 회사는 A씨에게 취업규칙에서 정한 ‘고객사 여직원에게 외설적인 대화 및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 등 언어적·육체적 성희롱으로 성적 불쾌감과 불안감을 초래하는 등 사내외 질서를 문란시킨 책임’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선 성적 언동으로 대외적인 회사 이미지 훼손 및 명예를 크게 실추 시킨 책임’ 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상벌규정에서 두고 있는 ‘위반의 정도가 중하며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 해직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가 정당한지 심판해달라”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사건의 발생 경위 등에 비춰 해직 처분이 과중하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회사 측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여부를 다시 판정해달라고 재심을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도 A씨 손을 들어주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도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였던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유진현)도 “A씨 행위가 해직처분을 할만큼 의무 위반 정도가 크고 중하며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무상 거래처를 상대하는 자리에서 항상 언행에 신중해야함에도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며 “B씨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줌과 동시에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 이야기를 꺼낸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것이기는 하지만 A씨가 성적으로 나쁜 의도를 품었거나 B씨에게 성적인 불쾌감을 주기 위해 그러한 화제를 선택했다고 볼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30대 여성의 자기만족도 발언에 대해서는 양쪽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고, 당시 대화 내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상사와 직원이라는 수직적 관계에 놓여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A씨 회사가 해고 처분하거나 의원면직한 성희롱 사건들은 대부분 사내에서 일어났다”며 “사내 성희롱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한 조직 내에서 인적관계를 공유해야하고, 대부분 상사와 직원이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일어난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는 거래처 담당직원으로서 A씨가 B씨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부적절한 언행이 일회적인 것에 그친 점 등에 비춰 해직 처분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회사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