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김태형 감독(52)은 2016년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했다. 계약기간 3년,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 등 총액 20억원에 재계약했다. 재계약은 너무다 당연했다. 감독 첫해였던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에겐 14년만의 경사였다. 또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운 감독이기에 걸맞는 예우였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2017년 KIA 타이거즈, 2018년 SK 와이번스에게 패하며 한국시리즈 제패에 실패했다. 2년 연속 준우승이다.
앞서 김경문(61) 전 감독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감독직에 있었지만 우승 감독 타이틀을 달지 못한 채 퇴진해야 했다. 2005년, 2007~2008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리고 2011년 시즌 도중 사퇴해야만 했다.
2012년과 2013년 감독직을 맡았던 김진욱(59) 전 감독도 마찬가지로 우승이라는 단어 앞에서 퇴진해야 했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무너졌다.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감독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5년차 두산 감독이다. 그리고 재계약 마지막 해다. 2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은 대단한 기록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올해 또다시 우승을 차지못한다면 구단의 생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음을 김경문 전 감독과 김진욱 전 감독의 사례가 말해주고 있다.
장정석(46) 감독은 2016년 10월말 계약 기간 3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으로 총액 8억원에 넥센 히어로즈 감독직에 올랐다. 지난해엔 7위까지 추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올해 정규시즌 4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나갔다.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부터 플레이오프까지 연속 명승부를 연출하며 명감독 반열에 올랐다.
재계약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넥센에서 키움증권으로 메인 스폰서가 바뀌었다. 히어로즈 구단의 이미지는 추락할 대로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다 팀 성적마저 나빠진다면, 새로운 선택을 고민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48) 감독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2016년말 계약 기간 3년,계약금 3억원과 연봉 2억원 등 총액 9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2016년 9위였던 팀 성적은 계약 첫 해인 2017년 여전히 9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올해 6위까지 상승했다. 6위라곤 하지만 가을야구를 못했다는 점에선 나머지 하위권 4개팀과 똑같다. 내세울 성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삼성은 류중일 전 감독 시절을 비롯해 왕조를 구축했던 적이 있다. 그러기에 우승에 대해 목말라 있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김 감독이 보여준 리더십은 존경할만하다. 그러나 감독은 어차피 성적으로 말할 수 밖에 없다. 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 김 감독이 보여줄 야구가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