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정부에서 일어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 규명과 관련 공무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10명을 수사 의뢰하고 68명을 징계 또는 주의 조치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또 블랙리스트를 작성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규정하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멀티플렉스룸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이행계획 종합보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일부 문화예술인들은 정부의 사과가 진실하지 않고 사후 대처가 미흡하다며 격앙했다. 한 예술인은 질의응답 시간에 “장관은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실무 공무원들은 아직 그런 생각을 못 하는 것 같다. 그 공무원들이 나와 사과할 때까지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겠다. 사과하지 않는다면 이 자리는 대국민사기극에 불과하다”고 흥분했다.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늘 발표는 징계 처분 위주다.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담당 공무원 교육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위해 TF에 대한 문체부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예술인은 “(문체부는) 이 자리를 블랙리스트 관련 ‘대국민사과’라고 공지했지만 일정과 장소에 대한 안내가 충분치 못했다”고 질타했다.
자신을 시민으로 소개한 문일수씨는 “블랙리스트 사건은 직접적으로 문화예술계에 큰 타격을 줬지만 문화예술 소비자이자 향유자인 시민과 아이들에게 국가가 편견을 심으려 한 시도라는 점에서 매우 엄중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사과의 대상도 문화예술계에서 더 확장돼 전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행사 형식이 그렇지 않은 데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날 문체부가 발표한 수치는 지난 9월 13일 문체부가 발표한 이행계획안에서 수사의뢰 3명, 징계 1명이 늘어난 것이다. 도 장관은 “문화예술계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수사나 징계 가능성 판단과 관련) 경계선 상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법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고 추가 이유를 설명했다. 사무관급 이상 관련 공무원 17명에 대한 엄중 주의조치도 추가했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발방지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등 공공기관·지자체 징계권고(61명)에 대해서는 각 기관별로 자체 조사해 징계 21명(해임 1명·정직 5명·감봉 8명·견책 7명), 경고 및 주의 처분 13명으로 확정됐다.
문체부는 지난 11개월 동안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 실을 2019년 초 10권 분량의 백서로 제작해 배포할 방침이다. 도 장관은 “백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역사적 교훈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최종안은 문화예술계와 협의 끝에 나온 것”이라고 했다. 김용삼 차관은 “사과를 해야할 일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또 할 것”이라고 했다.
문체부는 진상조사위가 지난 5월에 발표한 제도개선 권고안을 31개 대표과제와 85개 세부과제로 정리해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