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돈 봉투 만찬’ 논란과 관련해 최근 1심에서 면직취소 판결을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을 상대로 항소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반면 면직취소 판결을 받았던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항소를 포기해 법무부가 동일 사안에 달리 대응하는 이유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각각 제기해 1심에서 정부를 상대로 이겼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6일, 안 전 국장은 지난 13일 각각 서울행정법원에서 승소했다.
두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징계 사유에 비해 면직 처분은 지나치다”는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사를 위해 배정된 특수활동비를 지침에 맞지 않게 사용한 행동이 수사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등 부적절한 면이 있다”면서도 “불법적이거나 사사로운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아 면직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무부의 두 사람에 대한 대응은 엇갈렸다. 법무부는 안 전 국장에 대해선 항소를 결정했다. 안 전국장이 검찰 내 ‘미투’ 폭로에 앞장선 서지현 검사를 과거에 성추행하고 인사에 부당 개입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지난해 4월 돈 봉투 만찬 당시 안 전 국장이 자신과 직접 관련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건을 수사·공소 유지할 검사들에게 금품을 지급한 것이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면 이 전 지검장에 대해선 항소를 포기했다. 이 전 지검장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진행중이던 재판에서 지난 10월 무죄를 확정받았기 때문이다. 법무부 측은 “징계의 주된 사유인 청탁금지법 위반 부분이 무죄 확정됐다”며 “그 외 사유만으로 면직 처분이 유지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번 법무부 결정으로 면직이 결정된 지난해 6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검찰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돈 봉투 만찬’은 지난해 4월 21일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검사 6명,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돈봉투를 주고 받은 사건이다.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본부 활동이 종료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수사활동 목적으로 제한된 특수활동비를 목적 외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지난해 5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지난해 6월 면직 처분됐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