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계가 인종차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시작은 칼리두 쿨리발리다.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리에A 19라운드 인터 밀란과 SSC 나폴리 경기 중에 인종차별적 야유가 쏟아졌다. 바로 세네갈 출신의 나폴리 수비수 쿨리발리를 향한 조롱이였다. 일부 인터밀란 팬들이 쿨리발리를 향해 원숭이 소리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었다.
경기를 끝낸 뒤 일부 팬들의 인종차별 발언은 중계화면과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로 인해 당시 경기에 나섰던 심판진은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고, 국제축구연맹(FIFA) 역시 상황을 인지하게 됐다.
결국 세리에A 사무국이 칼을 빼 들었다.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경기장 관리와 안전문제를 소홀히 한 인터밀란에 책임을 물었다. 인터밀란은 앞으로 2번의 홈경기에서 단 한 명의 관중도 없이 경기해야 한다. 중징계다. 이후 열렸던 지난 29일 엠폴리와의 경기에선 인터밀란 서포터즈들이 경기장 입장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리그의 징계와 관계없이 인종차별을 저지른 인터밀란 팬들을 겨냥한 엠폴리의 자체적인 징계였다.
카를로 안첼로티 나폴리 감독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쿨리발리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하며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우리가 먼저 경기장을 떠날 것이다. 경기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이런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쿨리발리 사태에 관해 이야기하며 향후 인종차별 문제 발생 시 심판들의 엄격한 법규 적용을 요구했다.
나폴리 팬들은 상처를 입은 쿨리발리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쿨리발리의 얼굴을 프린트해 만든 가면을 쓰고 관중석에 모인 그들은 응원하는 문구가 쓰인 티셔츠까지 자체적으로 제작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선수인 젠나로 가투소 AC 밀란 감독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인종 차별이 일어난다면 축구는 계속되어선 안 된다. 경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인종차별주의자들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손흥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토트넘의 잉글랜드 팬 역시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30일 토트넘과 울버햄튼의 경기를 직접 관람한 두 남성은 경기 도중 손흥민의 영상을 SNS에 올리며 인종차별적 조롱을 했다. “그는 계란볶음밥을 먹는다. 새우볼과 닭고기 차우멘도 먹었나? 믿을 수 없다.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라고 말한 것이다. 토트넘 측은 이런 행위를 벌인 두 남성을 즉각 경기장에서 퇴출했다. 이들은 향후 영구히 토트넘 홈구장 출입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성명을 내고 “구단은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다. 모욕적이고 공격적인 말과 행동을 한 사람에게는 누구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인종주의적 야유는 이탈리아와 잉글랜드 축구의 고질적 문제기도 하다. 쿨리발리와 손흥민 사태를 인지한 이번 양국 구단 측의 강경한 대처처럼 암묵적으로 만연해왔던 인종차별 구조에 대한 전면전이 필요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