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혐의를 받아 청와대 특별감찰관에서 파견 해제된 김태우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의 ‘문재인정부 민간인 사찰 의혹’ 폭로와 관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첫 번째 질의자로 나선 나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을 “공익 신고자”로 규정한 뒤 “임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의 모두발언은 김 수사관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신재민씨라는 또 하나의 공익제보자가 나타났다”며 “제2, 제3의 공익제보자가 잇따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5급)인 신씨는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담긴 영상을 지난 29일 유튜브에 올렸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를 겉은 훌륭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의 “양두구육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의·도덕성 등을 강조했던 정권 초기와 달리 위선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나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을 범법자라고 얘기하지만 대검찰청 감찰 결과를 보면 수사 의뢰도 못 할 정도”라며 “탈탈 털어서 나온 게 260만원 상당의 향응 수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 김 수사관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지 않느냐”며 “임 실장이 대답하라”고 했다. 임 실장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추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정부 시절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과 관련해 한 발언도 언급됐다.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었던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때 같았으면 탄핵을 열 번도 더 당할 만 하지 않느냐”고 트위터에 적은 바 있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때 이러한 일은 탄핵감이라고 얘기했다”며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여러 자료를 보면 분명 민간인 사찰 정황이 있다”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그 점을 질문해주시면 제가 답변해 드리겠다”면서 “일방적으로 민간인 사찰이라고 하지 말고 구체적인 내용을 질문해 주시면 성실히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가 김 수사관의 비위는 260만원 상당의 향응 수수가 전부라는 취지로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임 실장은 “저희가 심각하게 본 것은 김 수사관이 자신과 유착관계에 있는 건설업자가 뇌물수수로 조사받고 있는 시점에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가서 관련 자료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것은 청와대의 관심 사건인 것처럼 위장해 이 사건에 개입하려 했던 것”이라며 “어떻게 이게 비리 혐의자가 아니고 공익 제보자인가”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