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 지급에 해당하는 시간(주휴시간)을 포함시키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수정안이 3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주15시간 이상 근무 시 1주일에 하루(통상 일요일) 주휴수당 지급이 명문화된다. 이를 둘러싸고 30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관행은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8년 이후 30년 동안 지속돼 왔다.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곳이라면 주휴시간을 포함해 월급을 지급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0년 관행을 법에 명시하는 것일 뿐 기업이 추가로 짊어지는 부담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편법이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시행령이 개정되면 주휴수당 미지급은 불법이 된다.
국민일보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28~30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싸늘했다. 10명 가운데 4명은 “이미 주휴수당을 주고 있다”고 했고, 나머지는 “주휴수당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인터뷰를 토대로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지급할 경우 내년도 인건비 부담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분석해보니 직원 1인당 약 17만~43만원이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순수 월급만 계산했을 때이고 4대 보험, 퇴직충당금 등까지 감안하면 인건비 상승분은 더 커진다. 정부의 일자리안정자금(1인당 최대 15만원)을 받을 경우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4대 보험 가입 등 요건이 까다롭다는 게 문제다.
주휴수당 포함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그동안 최저임금을 준수해 왔느냐 안 했느냐에 따라 갈렸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준 경우 인건비 상승분은 월 17만1380원이다. 최저임금 인상(올해 7530원→내년 8350원)에 따른 결과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정부의 일자리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어 실제 월 인건비 부담은 2만1380원씩 오르는 셈이다.
문제는 그동안 영세한 사업장을 운영하며 주휴수당을 주지 않았던 곳에서 심각해진다. 이 경우 지금껏 주지 않았던 주휴수당이 임금에 포함되면서 직원 1인당 월 43만4930원씩 더 줘야 한다.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27만870원의 부담을 지게 된다.
“장사 접으란 소리”(경기도 칼국숫집 사장 권모씨) “줄도산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서울 관악구 PC방 사장 정모씨) “최저임금 인상 탓에 직원 몇 명을 잘랐는데 더 해고해야 하는 상황”(서울 종로구 고깃집 사장 윤모씨)이라는 식의 격한 반응이 나왔다. 인천에서 편의점 2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면 4대 보험 가입을 시켜야 하는데 추가 비용이 더 든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주휴수당을 안 주는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편의점, PC방 업계에서는 ‘쪼개기 고용’이라는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휴수당은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 2~3시간씩만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을 여러 명 뽑으면 주휴수당 부담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업무 연속성과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경기 성남의 PC방 사장 심모(43)씨는 “매출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장이 다른 데서 알바를 뛰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들도 힘들어진다. 단시간 알바를 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근접한 편의점이나 PC방 2~3곳을 시간차로 일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월급으로 환산했을 때 제대로 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노동의 질도 현저히 떨어진다. 최저임금으로 보호받아야 할 저임금 노동자들이 여전히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자영업자들이 주휴수당 포함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 10명을 두고 서울 영등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이모(62)씨는 직원들에게 주휴수당을 포함한 월급을 주고 있다. 이씨는 “우리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누릴 것은 누리도록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엔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을 잘 지키는 자영업자들이 오히려 정부 지원을 못 받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씨는 “정부 지원 대상이 영세 자영업자나 법인으로 양분화돼 있어서 법 잘 지키고 착실히 운영하는 5인 이상 고용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도록 제도적·정책적으로 세밀하게 뒷받침해주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임금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재조절하는 게 최우선적인 일이다. 임금체계 개선도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오히려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손재호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