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60)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신임 기술위원장을 맡게 됐다.
김 신임 기술위원장 선임에 대한 야구계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KBO리그 최초 100승 투수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통산 124승의 대투수다. 또한 현대 유니콘스,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등에서 감독직을 무리 없이 수행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코치, 2015 프리미어 12, 2017 WBC 전력분석팀장 등으로 국제 경험도 쌓여 있다. 기술위원장을 맡기 직전 KBO 리그 경기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행정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뛰어난 소통 능력을 갖고 있어 야구계 안팎의 신망도 높다.
김 위원장은 새해 벽두부터 숨가쁘게 지내야 할 듯하다.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급한 것은 기술위원회 구성이다. 기술위는 7인 체제로 운영된다. 김 위원장은 내년 1월 말까지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발하기 위해선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기술위원 선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야구인이 아닌 비 경기인 출신 한 명을 선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대표팀 전임감독 선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전임감독과 함께 내년 11월 열리는 프리미어 12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뛸 선수 선발 작업도 병행해야 하는 처지다.
한 가지 짚고 가야 할 대목이 있다. 폐지됐던 기술위가 왜 다시 부활했느냐 하는 점이다. 올해 한 해 야구계는 국가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 특례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선발과정에서부터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순간까지, 더 나아가 국가대표팀 수장과 KBO 총재의 국정감사 출석, 그리고 국가대표팀 감독의 자진 사퇴까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이 여론을 읽지 못했다. 아니 귀를 닫았다. 아마추어 선수를 대표팀에 뽑지 않으면서 야구계 내분까지 자초했다. 급기야 국가대표팀 감독과 KBO 총재의 갈등 양상까지 내보여야만 했다.
그러기에 김 신임 위원장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소통 능력과 여론 청취다. 야구팬들이 충분히 납득할만한 인사를 대표팀 수장으로 뽑아야 한다. 감독 선발 과정에서 야구계 내부의 목소리만 들어선 안 된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론의 흐름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충분히 살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야구계 바깥 세상과의 언로를 열어야 한다.
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도 마찬가지다. 성적만 보고 선발해선 안 된다. 10개 구단이 자신의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넣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다할 게 뻔한 상황에서 종합적으로 살피는 능력이 요구된다. 제2의 병역 문제가 터져선 안되는 것이다.
기술위는 선수의 기량만을 살피는 조직이 되어선 안 된다. 인성은 물론 약물과 병역,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 과거 경력들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해당 선수 선발이 야구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참에 기술위의 명칭부터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당연히 그렇지 않겠지만 기술위라는 명칭은 선수의 기량만을 뽑는 조직으로 비쳐진다. 국가대표는 명예롭고 성스러운 자리다. 모든 것을 갖춘 선수를 뽑아야 하기에 기술위의 명칭을 선발위원회 등으로 개명할 필요가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