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가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벌써 다섯 경기 연속 출전이다. 이승우의 활약과 함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는 3승 2무로 이번 시즌 최다 무패행진을 기록했다. 덕분에 파비오 그로소 감독에게도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모양새다.
베로나는 지난 시즌 1부리그인 세리에A에서 19위로 시즌을 마감해 2부리그로 강등됐다. 1부리그 무대를 경험한 베로나로선 이번 시즌 목표 역시 무조건 승격이다. 세리에B는 상위 1~2위 팀이 1부리그로 직행하고, 3~8위는 플레이오프를 통해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린다. 현재 세리에B에서 베로나의 위치는 3위다. 아직 시즌 중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직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실 베로나에서 그동안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다녀오면서 공백기가 컸다. 베로나의 대부분 주축은 월드컵 일정은 물론이고 A대표팀에도 차출되지 않는 선수들이다. 시즌을 앞두고 새로 지휘봉을 잡은 그로소 감독은 대표팀에 나가지 않아 체력적으로 앞서있는 그들을 우선순위로 기용했다. 그로소 감독이 빠르게 자신의 팀을 구축할 때 국가대표팀에 무게를 뒀던 이승우의 자리는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달 24일 13라운드 팔레르모와의 홈경기(1대 1)에서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전한 이승우는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후 그를 눈여겨본 그로소 감독은 꾸준히 그에게 출전기회를 늘려주고 있다. 지난 28일 18라운드 AS 치타델라전까지 다섯 경기 동안 426분을 뛰었다. 베로나는 치타델라를 상대로 4대 0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한 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팀의 승격을 떠나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던 이승우로선 매우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이승우가 주축 선수로 자리잡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그로소 감독이 무패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를 탄 선발 명단에 변화를 줄 가능성은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외부적인 요인 덕에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팔레르모와의 경기 이전까지 1승 2무 4패에 그치며 부진을 이어가던 책임은 전적으로 그로소 감독이 떠안아야 한다. 그로소 감독은 지난 여름 이적해온 새 선수들을 지나치게 배려하며 팀을 통솔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심축들이 자리를 잃으면서 팀 밸런스 붕괴로 이어졌다. 팀 서포터즈들 중 일부는 그로소 감독에 대한 보이콧에 나섰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그로소 감독은 선발명단에 기존 선수들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이승우 역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팀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승격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이승우는 소속팀 활약에 미미한 데다 다른 2선 경쟁자들에 밀려오는 1월 열리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 승선하지 못했다.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기회는 언제든 열려있다. 소속팀 활약이 먼저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 소속팀에서 입지만 확고하게 다져놓는다면,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도 충분하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