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씨의 시신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들이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염씨의 장례식을 기점으로 노조 세력이 확대되는 걸 막으려는 삼성 측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사건은 201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씨는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를 남겼다. 자신의 장례를 노조장으로 치러 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당시 노조는 염씨의 유언대로 유족 동의를 얻어 장례식을 노동조합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염씨 부친은 갑자기 가족장으로 치르겠다며 선택을 뒤집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있던 염씨의 시신이 ‘탈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들이 시신 운구를 막고 있다”는 허위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출동해 염씨의 시신을 서울의료원 밖으로 옮긴 것이다. 염씨의 시신은 이후 부산으로 옮겨져 곧바로 화장됐다.
검찰은 ‘염호석씨 시신 탈취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이 당시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장 A씨와 양산서 정보계장 B씨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삼성 측의 편의를 돕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삼성 측에서 총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염씨 부친을 설득해 장례식을 노조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르게 했다. A씨가 부하 B씨 등 정보경찰관에게 지시해 염씨 부친의 지인을 브로커로 동원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당시 삼성 측은 염씨의 장례가 노조장으로 치러지면 노조 세력 확산 등 빌미를 줄 것이라고 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부하를 시켜 삼성 측이 제공한 합의금을 염씨 부친에게 직접 배달하게 한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이때 염씨 부친이 삼성에서 6억8000만원을 건네받고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염씨의 시신을 화장하는 과정에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는 양산서 소속이라 강릉에서 사망한 염씨 시신을 화장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수사상 필요하다. 유족의 요청이 있다”는 허위 주장으로 공문서를 작성하게 해 검시필증을 발급받은 뒤 염씨의 시신을 화장하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수현)는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A씨와 B씨를 지난 28일 부정처사후수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도 받고 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