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해리 케인의 골을 어시스트해 2018년 마지막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30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가진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 홈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면서다.
케인은 전반 22분에 득점했다. 이 과정을 손흥민이 연결했다. 손흥민은 중원에서 공을 가로챈 뒤 상대 진영으로 쇄도하던 케인에게 건넸다. 케인이 상대 진영 중앙에서 강하게 때린 왼발 중거리 슛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팀은 1대 3으로 역전패를 당했지만, 손흥민은 이 골로 리그 4호 어시스트를 수확했다.
이 장면을 놓고 어시스트 규정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케인은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뒤 슛 을 하기까지 총 6차례 공을 만졌다. 손흥민의 패스보다 케인의 개인기로 만들어낸 골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손흥민이 어시스트를 ‘당했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규정을 보면 손흥민의 어시스트는 인정될 수밖에 없다.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등 리그별 어시스트 규정은 조금씩 차이를 갖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공통된 기반은 있다. 득점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공을 연결한 선수가 어시스트를 수확하는 것이다. 상대 골키퍼가 쳐낸 슛, 골대를 맞고 나온 세컨볼이 골로 연결됐다면, 이전에 슛한 선수가 어시스트를 쌓을 수 있다. 다만 상대 실책으로 나온 골일 경우 어시스트가 인정되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어시스트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공을 건네는 과정에서 상대편의 터치가 있으면 어시스트가 성립되지 않았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상대편의 접촉이 있어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상대편의 두 차례 이상 공 접촉이 있거나 공의 방향·궤적이 완전히 바뀔 경우 어시스트는 인정되지 않는다.
기존 규정은 최종 패스를 받은 직후 3번 이하의 볼 터치를 가져가야 어시스트를 기록한 선수가 나왔지만, 득점에 직접 관여한 패스를 내준 것으로 인정되면 볼터치 제한은 사라진다. 따라서 공을 6차례 터치한 뒤 득점한 케인에게 공을 밀어준 손흥민의 패스는 어시스트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는 페널티킥이나 직접 프리킥으로 득점에 성공했을 때 이를 유도한 선수의 어시스트를 인정했으나, 개정된 규정된 따라 이젠 그러한 어시스트는 사라지게 됐다.
프리메라리가의 경우 어시스트를 인정받기 위해 최종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2차례 이하의 볼 터치를 기록해야 한다. 기술적인 공 제어 능력을 강조하는 스페인 축구의 특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국 K리그는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골을 넣기까지 제친 상대 선수가 2명을 넘기면 어시스트로 인정되지 않는다. 어시스트 규정은 이렇게 세세한 부분에서 리그마다 조금의 차이를 보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