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던 예멘 아기, 엄마 품 안긴 지 10일 만에 결국 숨져

입력 2018-12-30 12:55
압둘라 하산의 이마에 키스를 하는 아버지 알리 하산. 미국 CBS 방송 캡처.

미국의 한 병원에서 투병하던 예멘의 두 살배기 남자아기가 28일(현지시간) 결국 사망했다. 미국 행정부로부터 여행금지명령(반이민 행정명령) 예외를 인정받은 엄마와 극적으로 상봉한 지 10일 만이다.

CNN방송은 “불치병 선고를 받고 미국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압둘라 하산(2)이 끝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선천성 뇌질환을 알던 압둘라는 지난 10월 치료를 위해 아버지 알리 하산(22)과 미국에 입국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있는 한 병원에 입원했다. 그러나 예멘 출신 엄마 샤이마 스윌레흐는 하나뿐인 아들 하산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순간에도 곁에 있을 수 없었다.

20일(현지시간) 엄마 스윌레흐의 품에 안긴 하산의 모습. AP뉴시스

반(反)이민 정책을 펼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스윌레흐에게 입국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예멘, 시리아, 북한, 베네수엘라 등 7개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아버지 알리는 아들 압둘라와 먼저 미국에 들어왔지만, 예멘 국적의 스윌레흐는 입국할 수 없었다.

압둘라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여론은 들끓었다. 결국 국무부는 스윌레흐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의 예외를 허용했다. 스윌레흐는 지난 19일 미국에 입국해 아들을 겨우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압둘라는 생명유지장치에 의존해 겨우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당초 의료진은 압둘라가 입원 후 2~3주 정도밖에 더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압둘라는 한 달 이상을 버텨 엄마 스윌레흐의 품에 안길 수 있었고 엄마와 상봉한 지 10일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디의 캘리포니아 이슬람센터에서 무슬림들이 하산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AP뉴시스

알리는 "우리는 삶의 빛인 아들에게 작별을 고해야 했다.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를 지지해주고 도움을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고 전했다.

두살 짧은 생애를 뒤로 하로 떠난 알둘라의 장례식은 29일 오후 캘리포니아주 로디의 이슬람센터에서 거행됐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