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받으려 쓰나미 현장서 V셀카 찍는 관광객

입력 2018-12-28 15:41
인도네시아 반텐 지역에 발생한 쓰나미 피해 현장에서 일부 자원봉사 단체 회원들이 승리의 표시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영국 가디언지 기사 캡처)

쓰나미가 덮쳐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인도네시아 순다해협 일대에 기념사진을 찍는 셀카족이 몰려들어 주민들의 고통이 더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 및 현지 언론은 순다해협과 접해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반텐 주와 람풍 주 일대에 피해 현장 모습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먼 곳에서부터 차를 타고 찾아와 폐허 현장 사진뿐 아니라 복구 작업 중인 사람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주민들에겐 절망의 현장을 ‘관광명소’로 여기는 것이다.

자카르타에서 휴가를 보내다 쓰나미 소식을 듣고 3시간이나 차를 몰고 구경왔다는 한 18살의 소녀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피해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는데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을 많이 찍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엄청나게 찍었다.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SNS)에 모두 다 올릴 것”이라고 크게 웃었다.
침수된 차량을 꺼내려고 애쓰고 있는 작업자들을 배경으로 셀카 사진을 찍고 있는 한 관광객(영국 가디언지 기사 캡처)

소녀는 침수된 차량을 꺼내려고 애쓰는 작업자들을 배경으로 셀카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봉사활동을 ‘보여주기용’으로 활용하려는 일부 자원봉사자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반텐 주 칠레곤시에서 활동하는 한 여성 이슬람 단체 회원들은 히잡을 쓰고 현지를 방문해 구호 의류품을 전달했다. 하지만 회원 일부는 ’이곳에 직접 와서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는 증거사진을 찍으며 승리를 뜻하는 손동작까지 취했다. 이들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 자신들이 얼마나 안전하고 좋은 곳에 살고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라며 “그런 감사함을 느끼게 해줘서인지 피해현장 사진은 온라인에서 호응도가 높다”고 말했다.

쓰나미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현지인들에게 이들의 모습은 상처가 될 뿐이라고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현지 농민조합을 이끌고 있는 조합장 바흐루딘(40)씨는 연신 “실망스럽다”며 이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절망했다.

지난 22일 밤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에 위치한 아낙 크라카타우(Anak Krakatoa) 화산섬이 분화로 붕괴되면서 해저 산사태와 쓰나미가 발생했다. 인근 해안가 마을을 덮친 쓰나미로 최소 430명이 숨지고 159명이 실종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