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업과 스마트폰 부품을 비롯한 통신·방송장비 제조업의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두 주력 제조업 생산활동이 뒷걸음질 치면서 전체 산업생산도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민간기업들의 투자 부진까지 지속되면서 제조업 경기에 낀 먹구름이 언제 걷힐지 가늠할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넘게 동반 하락했다.
통계청은 28일 ‘11월 산업활동동향’을 통해 지난달 전산업생산이 전월에 비해 0.7% 감소했다고 밝혔다. 9월 1.4% 감소한 뒤 10월 증가로 전환(0.8%)했다가 다시 감소세로 뒤집히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달 산업생산 감소의 원인은 제조업이었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9% 줄었다. 주력 제조업인 반도체 부진의 영향이 컸다. 반도체 생산은 5.2% 감소했다. 8~9월 잇달아 감소를 기록한 뒤 10월 증가세로 잠깐 전환했다가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출하는 16.3% 감소했고, 재고는 4.4% 늘었다. 통계청 어운선 산업동향과장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보면 추세적으로는 여전히 호조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 그 흐름이 꺾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의 또 다른 한 축인 통신·방송장비 제조업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달 통신·방송장비 생산은 14.4% 감소했다. 삼성과 LG 등에서 선보인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가 부진하고, 이에 따라 휴대폰용 카메라모듈 등 관련 부품 제조업도 동반 부진을 겪는 것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문제는 반도체와 통신·방송장비 제조업 둔화세가 단숨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향후 제조업 경기는 기업들이 설비에 얼마나 투자하느냐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향후 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은 자연스럽게 설비 투자를 줄인다. 지난달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5.1%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기계 일평균 수입액은 10월 4130만 달러에서 지난달 3670만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들이 제조용 설비를 대폭 증설한 영향도 있지만, 업계가 바라보는 향후 수요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의미도 있다.
서비스업 부진도 이어졌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0.2% 감소했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택매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업에서 3.5% 줄었다.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주식거래대금 감소 등의 영향으로 금융·보험업도 3.5% 감소를 기록했다. 건설투자 역시 0.3% 줄어 지난 8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건설업이 동반 부진을 경험하면서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8개월째 하락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2 포인트 하락했다. 6개월째 감소세다. 두 지표가 동시에 6개월 연속 하락한 건 2004년 5~10월 이후 처음이다. 어 과장은 “(동행·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이상 하락한 것은 저희가 하나의 전환점 발생신호로 보면서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