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45% 아래로 떨어졌다.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 비율이 긍정평가를 오차범위 밖으로 추월했다. 이런 추세라면 지지율 40%대도 위태롭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는 대통령 신년사 등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 24, 26일 전국 유권자 100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 포인트)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평가한 비율은 43.8%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주보다 3.3% 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5.5% 포인트 오른 51.6%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긍정·부정평가의 격차도 7.8% 포인트로 오차범위를 벗어났다.
리얼미터는 비위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첩보 보고서 유출 사태와 청와대 특감반 사무실 압수수색,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항 갑질’ 사건, 법정 주휴일 최저임금 산정 포함 논란 등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26일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은 지지율 개선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일희일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초기 80%에 육박했던 지지율이 거의 반토막 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크다.
청와대는 특히 20, 30대와 중도층의 이탈에 주목하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48%에서 이번 주 36.7%로 11.3% 포인트나 떨어졌다. 부정평가는 60.3%에 달했다. 30대의 지지율은 6.9% 포인트 하락했고, 호남권 지지율도 4.9% 포인트 떨어졌다. 청와대 일부 직원들은 젊은층 지지율 하락에 관한 기사를 공유하며 “한 해 마무리가 좋지 않다”고 자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남북 관계 개선 성과를 이룬 국가안보실과 달리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정책실 직원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 신년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정부 2기 국정운영 방향인 ‘포용적 혁신국가’ 달성과 국민 체감형 경제정책 마련 등이 신년사에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뿐 아니라 남북, 북·미 관계 개선과 복지, 안전, 적폐 청산 등이 두루두루 신년사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추진으로 ‘골든 크로스’(긍정평가가 부정평가 상회)를 노릴 계획이다. 다만 일시적 이벤트나 메시지만으로는 국면 전환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