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질 권리 주장한 마커그룹 송명빈 대표, 직원 폭행 영상(ft. 협박·폭언)

입력 2018-12-28 09:11 수정 2018-12-28 10:03

‘잊혀질 권리’를 주장한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직원을 수년간 상습 폭행하고 협박한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송 대표는 해당 직원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여권과 신분증을 빼앗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은 마커그룹 직원 양모(33)씨의 말을 인용해 송 대표가 수년간 폭행과 협박을 일삼았다고 보도하며 관련 동영상과 녹취록 등을 28일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송 대표가 직원과 대화 중 갑자기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직원이 고통에 신음을 토했지만 송 대표는 직원의 등을 두 차례 더 주먹으로 폭행한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서울 강서구 마커그룹 사무실에서 촬영된 것이다. 직원 양씨는 2013년 9월 마커그룹에서 일하며 개발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그러나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3년에 걸쳐 송 대표로부터 매일 폭행을 당했다.

송 대표는 폭행뿐 아니라 협박도 일삼았다. 송 대표는 양씨에게 “청부살인으로 너와 네 가족을 해치겠다” “죽을 때까지 맞아야 돼” “네 모가지를 자르는 데 1억도 안 들어” “너를 살인하더라도 나는 징역을 오래 안 살아. 정신과 치료를 받으니까 우리는 면죄부 받은 사람이야” 등의 폭언과 협박, 욕설 등을 퍼부었다. 마커그룹의 최모 부사장은 송 대표가 양씨를 쉽게 폭행할 수 있도록 양씨에게 둔기를 갖고 다니게 했다.

양씨는 공익근무요원이던 2013년 9월부터 송 대표를 돕다가 2014년 11월 마커그룹에 정식 입사했다. 2012년 4월 설립된 마커그룹은 당시 KT스마트금융부에 재직 중인 송 대표 대신 어머니 안모씨가 대표였다. 송 대표는 마커그룹의 실질적인 운영자로 권력을 행사했고 2016년 8월부터는 송 대표의 강요로 양씨가 대표이사를 맡았었다.

양씨는 일명 ‘바지사장’으로 행정부터 운전까지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송 대표는 2014년 9월부터 사내 이사로 재직하다 올해 6월 양씨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도망치자 다음 달인 7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양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보복이 두려워 지인의 집을 떠돌다 여권을 새로 발급받아 나갔다”며 “나에겐 잃어버린 6년이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금도 송 대표가 가족을 해칠까 두렵다”고 했다.

양씨 측은 변호인을 선임하고 송 대표를 상습폭행‧상습공갈‧근로기준법 위반 등 8개 혐의로 지난달 8일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범죄에 가담한 최 부사장에 대해서도 8개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 6일 서울 강서경찰서에 사건을 이관했으며 경찰은 고소인 양씨에 대해 1차 조사를 진행한 뒤 증거자료를 분석해 참고인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경향신문에 “양씨는 회사에서 배임‧횡령을 저지르고 해외로 도주한 인물”이라며 “한 번도 때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양씨가 먼저 나를 폭행하고 폭언하는 등 폭력을 유도했다. 신분증 등은 스스로 내놓은 것이고 즉시 돌려줬다. 영상과 녹음파일은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부인했다.

한편 송 대표는 지식재산권 전문업체 ‘마커그룹’과 ‘달’의 대표로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겸임 교수를 맡고 있다. 그가 개발한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DAS)은 인터넷에서 오고 가는 모든 사진, e메일, 각종 형태의 파일에 대해 소멸 시간을 설정하고 그 수명을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소멸 솔루션이다. 송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잊혀질 권리’를 주장해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